[홍미희의 음악여행-52] 차세대 동포를 위한 2023 코리안 페스티벌 ‘The Next’
[홍미희의 음악여행-52] 차세대 동포를 위한 2023 코리안 페스티벌 ‘The Next’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3.12.0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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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코리안신문) 홍미희 기자    

11월 30일 오후 7시 KBS 별관 공개홀에서 재외동포 차세대 동포를 위한 ‘2023 코리안 페스티벌’이 열렸다.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2023 세계한인차세대대회에 참가한 20개국 차세대 동포 91명의 동포들이었다. 이 페스티벌은 12월 9일 KBS 1TV에서 방영되며 KBS월드를 통해 전 세계 142개국으로도 송출된다.

페스티벌이 시작되기 전 최영한 동포청 차장과 박병석 국회의원의 간단한 축사가 있었다. 이어 담당 PD가 나와 이 행사에 대한 간략히 설명한 후 나누어 준 응원봉을 사용하는 방법과 환호, 박수 등을 연습했다. 차세대 리더들의 자리는 무대와 좌석의 중간에 특별히 테이블과 함께 마련되어 있었다.

첫 번째 출연자는 재미동포 출신인 바이올리니스트 대니구였다. 무대 뒤의 배경에는 그의 어릴 때 사진과 함께 설명이 쓰인 영상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정체성에 대해 고민을 했지만 지금은 음악을 하면서 자신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자신의 음악이 재외동포에게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반주자는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이었는데 오랜만에 MR이 아닌 진짜 피아노로 반주하는 모습이 진지하고 신선했다. 첫 번째 곡은 피아졸라의 오블리비온이었다. 피아졸라 역시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지만 뉴욕에서 소년기를 보내고 다시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했다.

대니구가 퇴장한 후 무대는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랜드 피아노를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그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무대의 변환 모습과 많이 달랐다. 보통 다음 무대에 피아노가 필요 없다면 어둠 속에서 피아노를 재빨리 몇 명이 민다거나 아니면 무대가 자동으로 돌아가는 것을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피아노를 정리하는 모습은 달랐다. 무대 위에서 직접 피아노 다리를 떼어내고 몸체를 옆으로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무대 위에서 해체되고 포장까지 끝내고 하나의 박스가 되어 끌려나가는 피아노를 보며 어릴 때 피아노 위에 물컵을 놓았다가 혼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습기를 싫어하는 악기에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또 피아노를 움직이려면 정말 조심스럽게 많은 사람이 달라붙어서 조심스럽게 옮겼다. 악기의 소리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무대 위의 피아노는 악기가 아니라 도구로 대접받고 있었다.

음악회를 생각하고 왔던 나로서는 당황스러웠다. 일반적으로 음악회는 정확한 타임라인이 있어 곡의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계획하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대기 시간이 왜 이렇게 기냐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무대 위에 다른 PD가 올라와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있어서 죄송하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끌기도 했다. 그 순간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이는 음악회가 아니었다. 녹화방송이었다. 나중에 밖에 있는 포스터를 보니 아주 조그맣게 녹화라고 쓰여 있었다.

녹화방송과 음악회의 다른 점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악회는 연주하는 그 순간 그 무대에 모든 것을 건다. 실수했다고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요즘 설명하는 음악회도 있지만 원칙적으로 사회자도 없다. 만약 사회자가 있다면 그는 청중과 최대한 공감하며 분위기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페스티벌에서는 실수가 있었다며 두 번 공연하는 팀도 생겼고 사회를 보는 MC는 준비된 멘트만 반복했다. 물론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다시 찍는 일도 여러 번 있었다.

오늘 출연자들은 대부분 재외동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MC 윤소희 역시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나 성장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재외동포였던 가족들의 자긍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음 공연은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무대로 댄스크루 딥앤딥, 가수 흰, 밴드 루시의 무대가 이어졌다. 이들을 보면서 오늘 무대를 관통하는 주제는 ‘한국인, 그리고 정체성,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밴드루시의 드러머 역시 페루에서 살다 왔다며 방청석에 앉아있는 차세대 리더 중 한 명과 스페인어로 대화하기도 했다.

다음은 아이돌 그룹인 크래비티의 무대였다. 이때 좌우에 있는 방청석에서 팬들의 환호가 들리기 시작했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장면이었지만 정작 차세대 리더들은 무대 위의 공연보다 이들의 모습이 더 신기한 듯 계속 고개를 뒤로 돌리며 사진 찍고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하던 크래비티 역시 팬클럽 이름인 러비티를 언급하며 그들을 챙겼다. 이 그룹의 멤버인 정모는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태영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지낸 경험을 말하며 감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어 참가한 재외동포들의 사연을 낭독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호주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김태수는 선생님, 예술감독, 지휘자로, 베트남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생활했다는 이벡김은 현재 미국 어바인시의 수석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이밖에 4세대 고려인 루드밀라리 등 잘 성장한 이들을 보며 오히려 본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한국인으로서의 자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으로 공연되는 스테이시의 버블이 흘러나오자 지금까지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던 옆자리의 남학생을 처음으로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어 노래 좀 한다는 허각, 신용재, 임한별 3명이 모여 만든 허용별의 공연이 있었다.

드디어 마지막 공연인 마이클 리의 순서가 되었다. 그는 자신이 왜 초대받았을까 생각했다며 모두에게 특별하고 의미 있는 미래를 생각하며 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배경에는 “사랑하는 아들 주드, 불가능은 없다. 너는 유일한 존재고 그건 아주 강력한 거란다”는 마이클 리의 아들 주드에게 보내는 메시지와 함께 “유일하고 특별한 존재인 여러분께도 이 무대를 전합니다”라는 영상이 흘렀다. 이어 마이클 리는 This is the Moment, 우리에게도 익숙한 지금 이 순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곡은 아들인 주드가 나와 마이클 리와 함께 위대한 쇼맨의 This is me를 불렀다. 그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가 준비한 곡에서 그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을 보는 듯했다. 하나의 민족으로서 정체성과 자존감 이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생김새, 언어, 인종, 지위 등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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