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54] 빈 소년 합창단 서울 공연
[홍미희의 음악여행-54] 빈 소년 합창단 서울 공연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4.02.13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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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월드코리안신문) 홍미희 기자

내 옆에서는 슈베르트가, 뒤에서는 하이든이 노래하고 게다가 반주는 부르크너가 하고 있는 합창단이 있다면. 이 꿈같은 합창단이 빈 소년 합창단이다. 누군가는 빈 소년 합창단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도대체 언제 적 빈 소년 합창단이야. 내가 어릴 때도 들었는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긴 이 합창단은 1498년 오스트리아 막시밀리안 1세의 궁정교회 성가대로 시작되어 벌써 525년이 되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이 시간 동안 이 합창단과 관련이 있는 음악가로는 단원으로 활동했던 하이든과 슈베르트, 지휘했던 모차르트와 브루크너, 곡을 헌정한 요한 스트라우스와 바그너 등 다양하다. 그래서 합창단 4개 반(코어) 이름도 모차르트, 슈베르트, 부르크너, 하이든이다.

빈 소년 합창단은 전 세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수십 년 동안 내한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인기 있는 합창단이다. 올해도 1월 19일부터 28일까지 전국의 각 도시를 돌면서 순회공연을 펼쳤다. 이번에 우리나라에 온 반은 하이든반이고 지휘자는 홍콩 출신의 지미 치앙이었다.

그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10살부터 바이올린, 첼로, 작곡을 공부하고 13살에는 피아니스트로 협주곡을 연주했으며 첼리스트로도 활동했다. 16살에는 런던에서 디플로마를, 미국에서는 음악 학사를, 이후 빈에서도 학위를 취득한 진정한 의미의 세계인이다. 지미 치앙은 2013년 빈 소년 합창단의 카펠마이스터로 임명되었다.

홍콩 출신 지휘자 지미 치앙[사진=지미 치앙 홈페이지]
홍콩 출신 지휘자 지미 치앙[사진=지미 치앙 홈페이지]

무대는 가운데 그랜드 피아노가 놓이고 양쪽으로 단이 배치되어 지휘자 겸 반주자인 지미 치앙이 이들을 잘 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단은 2개로 사실상 3개의 면을 활용할 수 있었고 너비도 넓어서 이들이 어떻게 활용할까 하는 기대도 하게 했다. 왜냐하면 이번 공연의 이름도 ‘on stage’로 단어 그대로 무대 위에서 많은 장르의 음악을 선보인다고 했기 때문이다.

객석의 불이 꺼지자 단원들이 노래 부르면서 한 줄씩 입장해서 뒤를 채우고 앞에 서면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또 곡에 따라 솔로도 한 명이 계속 부르는 것이 아니라 바꿔 주기도 하고, 자리도 넓게 섰다가 다시 두 줄로 서서 공연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가장 노래를 잘하는 단원을 찾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기도 했다.

그러나 처음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실망이었다. 이런 소리였던가? 내게 빈 소년 합창단은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2장으로 된 CD와 함께한다. 하도 많이 들어서 케이스도 반으로 갈라져 버려 손으로 눌러서 고정시켜야 닫히는 상태가 되어버린 그런 CD다. 그 소리를 기억하고 찾아간 내게 이들의 소리는 뭐지 싶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단원들의 태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노래 부르다가 코도 만지고, 다리도 움직이고, 객석에 누가 있나 여기저기 쳐다보기도 하고 자리도 잘못 잡아서 옆의 애가 살짝 밀면 천천히 제 자리로 가기도 하고 이게 뭔가 싶을 정도였다. 내게 합창은 경쟁과 훈련의 이미지였는데 이제는 여기도 달라졌구나 싶었다.

2장으로 된 빈 소년합창단 옛 CD

빈 소년 합창단의 단원은 전체가 100명으로 반당 25명 내외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온 합창단원은 21명이었다. 또, 합창단원의 구성 역시 나이가 어린 단원부터 나이가 많은 단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자리도 어린 단원들이 경험이 많은 단원들 옆에 세워 그들이 서로 많이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공연이 진행됨에 따라 곡도 달라지고 나의 마음 역시 바뀌기 시작했다. 그들만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공기 반 소리 반의 주문에 길들어져 있었나 보다. 이들이 그들만의 발성으로 부르는 소리가 참 듣기 좋았다. 그리고 그 많은 곡을 모두 외워서 부르는 모습에서 평소의 연습량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긴 빈 소년 합창단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이들의 발성과 레퍼토리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다.

빈 소년 합창단은 모두 장학생으로 수업료나 기숙사비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경비는 자체에서 해결하고 있는데 이 경비의 원천은 기부금과 공연, 녹음 활동 등이다. 이들은 반당 1년에 8주~11주 정도, 전체로 볼 때 횟수는 300회 내외로 공연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노래만 연습하고 있을 것 같지만 자체적으로 초, 중, 고등학교를 운영하고 있어 정규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하고 수업이 끝난 후 하루 2시간씩 음악연습을 한다. 공연도 2개 반이 공연을 가면 나머지 2개 반은 공부를 하는 식으로 2학기가 아니라 3학기를 운영하고 있다.

선발하는 방식도 예전처럼 획일화된 것이 아니라 유튜브나 인터넷을 통해서, 또는 관련 국가를 방문했을 때 시험을 보는 방식 등 다양하게 선발을 하고 있었다. 물론 합창단에 입학해도 집이 그립다거나 단체생활이 어려워서 또는 알고 보니 음악이 내 길이 아니어서 등 다양한 이유로 합창단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졸업을 해도 모두가 음악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1975년 합창단의 단원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으며 현재 합창단의 대표인 에리히 아르트홀트만 보아도 아무래도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는 이번 공연 인사말에서도 자신이 10살 무렵 이런 경험을 한 것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연주곡은 요즘 인기 있는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 무지크 무반주 합창에서부터 뮤지컬, 하이든, 영화 시스터액트, 넬라 판타지아 그런가 하면 슈베르트, 오펜바흐 등 다양했다. 뮤지컬 곡을 부를 때는 정말 피아노를 잘 치는 반주자여서 그런지 노래가 반주에 밀리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요한 스트라우스를 부르는 순간 ‘그래 바로 이거지’ 싶었다. 오스트리아 특히 가장 비엔나적인 작곡가의 곡에서 그들의 소리가 들렸다.

또 2부 공연에서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 중 ‘날아가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를 부르는 모습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하긴 요즘에는 사운드 오브 뮤직도 그들의 레퍼토리에 있다고 한다. 이어 애니메이션 주제곡에 민요, 심지어 우리나라의 그리운 금강산에 이르기까지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 이들은 역시 마지막 곡으로 요한 스트라우스의 황제왈츠를 불렀다. 이어진 앵콜 곡으로 어린 단원중 하나인 아트레유(10세)의 기타반주에 맞춰 한국인 합창단원인 구하율(11세)이 솔로로 아리랑도 부르는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이들이 라데츠키를 부르는 순간 이제 앵콜도 끝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곡의 시그니처가 된 지휘자가 뒤를 돌아 박수를 유도하는 역할을 기타를 쳤던 아트레유가 나와 지휘자로 변신하여 객석의 방청객들을 훌륭하게 이끌어 가는 것을 보며 빈 소년 합창단의 선배에게서 후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통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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