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말재 회장 “잃어버린 한국학교를 찾아서…”
이말재 회장 “잃어버린 한국학교를 찾아서…”
  • 고영민 기자
  • 승인 2015.03.30 1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타르국왕과 한국대통령이 확약한 사안… 한국학교 설립, 다시 논의돼야”

지난 6년 동안 카타르한인회를 이끌어 온 이말재(사진) 회장은 카타르 교민사회를 위해 봉사할 후임 회장에게 바통을 넘길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회장은 그간 한인회장을 역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 있었던 순간으로 2013년 12월 카타르 도하 골프장에서 개최한 ‘전쟁고아 돕기 송년의 밤’을 꼽았다.

매년 지속적으로 현지 적십자에 기금을 전달해 온 카타르한인회는 당시 송년의 밤 참가비 등을 통해 모은 수익금을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 등지에서 전쟁과 분쟁으로 고통 받고 있는 고아들을 위해 기부했다. 카타르 적십자사 총재는 한인회가 해마다 변함없이 성금을 전달해준 것에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중동현지 아이들을 돕기 위해 마련한 행사에는 예상보다 배가 넘는 600여명이 참석했다”며, “이는 거의 모든 교민들이 참석한 것과 다름없어 큰 감동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반면, 한인회장으로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현지 교민들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한국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허망하게 놓쳐버린 일이다. 지난 2012년 이명박 대통령이 카타르의 하마드 빈 칼리파 알 타니(Hamad bin Khalifa Al-Thani) 국왕을 접견한 일이 있었다. 당시 윤선희 주말한글학교장과 이말재 한인회장도 하마드 국왕을 접견했는데, 한글학교에 유독 관심을 보인 하마드 국왕은 카타르에 정식 한국학교가 설립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 대통령도 하마드 국왕의 관심에 매우 기뻐하며 정부 차원에서 관련내용을 협의·진행할 것을 확약했다.

국왕 접견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국왕 비서실로부터 한글학교로 다시 연락이 왔고, 주카타르대사관이 주도적으로 협의해 한국학교 설립을 진행하자는 내용이 오고 갔다. 이말재 회장은 “이젠 카타르에서도 한국학교가 설립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부푼 희망을 갖게 됐고, 카타르 당국에서 학교부지 또는 건물을 제공해 줄 것으로 큰 기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몇 달 후 현지 공관장이 바뀌면서 한국학교 추진은 유야무야,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이말재 회장은 당시 새로 부임한 주카타르대사와의 면담에서 한국인 학생 수가 한국학교를 세울 만큼 많지 않는 등 학교설립 조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메시지를 들으며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말재 회장은 “단지 학생 수가 문제가 아니다. 양국의 최고 지도자가 한글학교에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정식 한국학교 설립도 도와주겠다는데 왜 거부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학생 수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카타르 현지에 세워진 일본학교는 20명이 채 되지 않음에도 정부지원을 받으며 잘만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개인이 땅을 구매하기가 불가능한 현지 환경에서, 만약 카타르 당국으로부터 부지를 제공받는다면 카타르 전체 교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공연, 한인소모임 등 한인(문화)회관의 용도로도 쓰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번에 새로 부임하는 박흥경 주카타르대사에 대한 기대가 무척 커보였다. 그는 ”학생 수 부족 등 단지 설립조건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우리 대통령과 카타르 국왕이 협의한 내용을 묵살한 것은 진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며, “때마침 이번에 주카타르대사가 새로 부임하게 되는데 이 문제가 다시 논의돼 좋은 소식이 들린다면 한인회장으로서 큰 부담을 털고 나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카타르 국왕 사이에 오고간 한국학교 지원 내용은 현지 교민사회 뿐만 아니라 재외동포재단 등 국내 기관에까지 전해져 큰 주목을 받았다. 현재 카타르 주말한글학교(교장 홍재훈)를 이용하고 있는 학생 수는 80여명이다. 물론 이중에는 현지 외국인들도 있다. 이 회장은 “만약 초·중등과정이 가능한 한국학교가 생긴다면 최소 50~60여명의 한인자녀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에는 외국국제학교가 있지만 이 마저도 포화상태라서 상당기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국제학교 등 학비가 비싼 곳에 아이들을 보내기 어려운 가정도 꽤 있다”며, “ 대다수 부모들은 이왕이면 한국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한국학교로 보내고 싶어 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 ‘한류’ 열풍이 강하고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자 하는 현지학생들도 많은 상황에서 장기적으로는 한국학교가 국제학교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컨대, 중국이나 동남아만큼 한류 붐이 일고 있는 중동에서 ‘한국학교’라는 존재는 단지 한인자녀들을 위한 교육만이 아니라 전체 한인들은 물론 현지인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교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말재 회장의 의견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근로자 출신인 이말재 회장은 중동에서 30여년, 카타르에서만 20년 넘게 생활하고 있으며, 현재 한식당, 각종 장비 렌트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 4월초에는 한국인들의 다양한 음식 문화를 보여주는 KBS 방송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에 출현해 4월말 방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열사의 나라, 중동 건설현장에서 치열한 삶을 거친 그도 영화 ‘국제시장’의 수많은 실제 주인공 중 한 명이기에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우리 음식문화에 가미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