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폴란드 국경에서 바라본 우크라이나 침공
[특별기고] 폴란드 국경에서 바라본 우크라이나 침공
  • 권영관 전 폴란드한인회장
  • 승인 2022.02.26 2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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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7일 저녁,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이 높아지고, 국제사회에서도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경고하는 시점에 국내방송사와 함께 폴란드 남동쪽의 우크라이나 국경도시인 Przemyśl(프세미실)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동쪽으로 약 12킬로 지점에 있는 Medyka 검문소는 폴란드-우크라이나 최남단 국경으로, 평소에도 화물차량과 일반인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지난 24일, 실재 러시아의 침공이 있기 전 이 검문소는, 우크라이나에서 폴란드로 아침에 일자리를 찾아오는 노동자들의 왕래와 일반인들이 생필품 수입통관처로 이용되고 있었다. 일상이 평온해, 과연 국내 취재진이 이곳까지 와서 러시아 침공의 긴강감을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이 지역에 대해 설명해 주는 폴란드인.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프세미실에 대해 설명해 주는 폴란드인.

이틀 전까지는, 전쟁이란 단어가 걸맞지 않을 정도로 이곳 국경의 분위기는 평온했다. 그런데, 24일 새벽 러시아의 공습으로 그 평온과 고요함이 한꺼번에 깨졌고, 그 불안한 분위기를 키예프에서 650킬로 떨어진 이곳 국경에서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아침 국경을 방문했는데, 24일 아침부터 그 이전에 보지 못했던 이삿짐과 큰 여행용 가방을 들고 도보로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들어오는 불안한 얼굴빛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마주하게 됐다.

국경 검문소의 분위기는 무거워졌고, 사람들의 모습에는 불안감이 보였으며, 동시에 폴란드로 국경을 무사히 넘었다는 안도감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 지역을 알려주고, 차량을 배정해 주고 있다.

며칠 전에 만났던 우크라이나인이나 국경 인근에 거주하는 폴란드인들은 한결같이 “설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겠는가?” “정치, 경제적 이익을 어느 정도 취하고 푸틴이 협상하겠지”라고 말했는데, 이들의 예상 및 기대와 달리 푸틴은 침공을 감행했다.

침공 이틀째인 25일 저녁 늦게까지 국경의 검문소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폴란드로 넘어오려는 피난민과 이 피난민을 마중 나온 지인, 가족들의 만남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지만, 전쟁의 공포와 불안감에 무작정 국경을 넘어 피난을 감행한 사람은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할지 막막해하는 장소이기도 했다.

특히, 10살 남짓 어린 소녀가 자기보다 어린 두 동생의 손을 잡고, 국경 검문소를 통과해서 안도하는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아이들은 이 막막한 이국땅 어디로 갈까? 아마도 부모보다는 먼저 국경을 넘어서, 부모를 기다릴 것이라고 희망 섞인 기대를 해보았다.

2월26일 아침 일찍 우크라이나 르비브에서 기차로 폴란드 프세미실역으로 난민들을 가득 채운 기차가 도착했다. 그야말로 피난민들의 우크라이나 탈출 현장을 보게 된 것이다. 엄청난 인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서 혼잡한 역사와 임시수용소는 전쟁의 불안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남편은 국가동원령으로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되돌아갔다며 두 어린 아이의 손을 잡은 젊은 엄마는 이 말을 하면서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혼잡한 피난길에도 폴란드 국경 첫 번째 기차역에서는 몰려드는 피난민들에게 따뜻한 차와 음료, 음식물을 제공하고 있었고, 많은 자원봉사자가 이 피난민들을 자신의 가정에 머물도록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 피난민들이 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게 됐다.

평화는 말로만 외친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만 평화를 지킬 수 있음을 새삼스럽게 되새겨 보게 된다.

2월26일 폴란드 우크라이나 국경 프세미실 중앙역에서

필자소개
현 유럽한인총연합회 부회장
전 폴란드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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