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풍파(風波)에 놀란 사공’
-장만
풍파(風波)에 놀란 사공(沙工) 배 파라 말을 사니
구절양장(九折羊腸)이 물도곤 어려왜라
이 후(後)란 배도 말도 말고 밧갈기만 하리라
장만(張晩, 1566~1629)은 도원수, 체찰사, 우의정을 지낸 인물이다. 초장의 ‘풍파’는 ‘당파 싸움’을 나타내며, ‘사공’은 ‘문관’을, ‘배’는 ‘문관(文官)으로서의 벼슬살이’를, ‘말’은 ‘무관(武官)으로서의 벼슬살이’을 각각 상징한다. 당파 싸움 때문에 문관으로서 또, 무관으로서의 벼슬살이가 모두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훗날 관직을 물러나 한가롭게 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을 하겠노라는 다짐을 하고 있다. 사공과 마부를 문·무 관직에 비유하여 심한 당파 싸움 때문에 직책 완수가 힘드니, 벼슬을 버리고 차라리 초야에 묻혀 살리라 하는 숨은 뜻이 있다. 결국 나라의 벼슬에 대한 어려움을 풍자한 노래이다.
* 현대시조
탑(塔)
-박옥금
돌로 빚은 정이 이토록 사모치나
낡은 고사 뜨락 독경소리 목이 타고
황혼이 젖은 묵화에 골을 우는 뻐꾸기
박옥금(朴玉金, 1927~2005) 시인은 1972년 시조집 <탑(塔)> 발간으로 등단하였다. 이 작품은 탑을 보고 무정한 돌로 빚어냈건만 거기에 배인 정이 그리워하고 존경할 정도로 사무친다. 오래된 고찰(古刹) 뜨락에 서서 독경하며 탑돌이 하던 그 소리를 목타게 기다리고 있다. 어느새 이 고찰처럼 퇴락하는 하루해가 저물어가는 한 폭의 묵화 같은 풍경에 뻐꾸기 소리만 구슬프게 들린다. 탑에 얽힌 불심의 아득함이 가슴에 사무치게 저려 듦을 표현하고 있다. 고요 속에 약동하는 깊은 불심을 느끼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