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㊽] ‘풍진(風塵)에 얽매이여’와 ‘봉함편지’
[우리 시조의 맛과 멋㊽] ‘풍진(風塵)에 얽매이여’와 ‘봉함편지’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3.12.08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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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풍진(風塵)에 얽매이여
- 김천택

풍진(風塵)에 얽매이여 떨치고 못갈께라도
강호일몽(江湖一夢)을 꾸원지 오래던이
셩은(聖恩)을 다 갑픈 후(後)은 호연장귀(浩然長歸)하리라

김천택(金天澤, 1680년대 말(추정)~ ?): 호는 남파(南派)로 조선 영조 때의 가인(歌人)이다. 이 작품은 세상의 모든 속된 일을 떨쳐 버리고 당장 떠날 수는 없다고 해도 자연에의 귀의를 꿈꾼 지 이미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성은을 다 갚은 후에 자유롭게 자연으로 돌아가리라는 활기찬 다짐이 엿보이고 있다. 여기서 임금의 은혜도 속세의 일 중의 하나로, 작자로 하여금 쉽게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만큼 이들의 뿌리 깊은 충성심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 시대 선비들의 거의 모든 시조가 그렇듯 부귀공명에는 뜻이 없고, 자연을 벗 삼고 풍류 생활로 인생을 즐기려는 인생관이 잘 표현되어 있다. 

* 현대시조
 
봉함편지
- 이방남

홀로 달궈서 우려낸 단단한 쇠의 절정
눈 감아도 선명한 낱말이 모자라서
발구레 맛을 낸 사랑 두근두근 읽어볼까

이방남(李芳男,1941~): 호는 초연(草然)으로 1961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1971년 시조문학을 통하여 문단에 데뷔했다. 홀로 더할 수 없는 정성으로 갈고 닦아 쓴 편지임을 ‘홀로 달궈서 우려낸/ 단단한 쇠의 절정’이란 시구로 암시하고, 눈을 감고 생각해 보니 눈에 어리는 사랑하는 이에게 할 말을 다 하지 못한 것 같아 설레는 마음을 ‘눈 감아도 선명한/ 낱말이 모자라서’로 표현하면서 편지를 읽는 그 고운 마음씨를 ‘두근두근 읽어볼까’하는 말로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이 편지는 받은 편지일 수도 있고, 보내려 써 놓은 편지일 수도 있지만 연연한 마음이 물씬 배어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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