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51] ‘말이 놀나거늘’과 ‘팽이’
[우리 시조의 맛과 멋-51] ‘말이 놀나거늘’과 ‘팽이’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4.01.19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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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말이 놀나거늘
- 작자미상

말이 놀나거늘 혁(革) 잡고 굽어보니
금수청산(錦繡靑山)이 물속에 잠겨세라
뎌 말아 놀라지 마라 이을 보려 하노라

맑고 깨끗한 물 위에 비추어진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에 말도 놀란다는 묘사가 생동감이 넘친다. 이 작품은 넓게 펼쳐진 금수강산을 배경으로 밀도감 있게 시상을 전개하고 있는데, 금수강산의 빼어난 풍경에 작자도 취하고, 말 못 하는 짐승도 취한다는 자연 친화적인 멋진 구성이 돋보인다. 또한 종장에서는 “말아, 놀라지 마라. 이렇듯 아름다운 이 강산을 보고자 하노라”라고 함으로써, 물아일체의 사상을 엿보게 한다. 자연에 깊이 몰입하고 있는 작자의 흥겨운 심정이 침착하게 나타나고 있는 작품으로, 적절한 비유와 은유를 통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강산의 정취를 표현하고 있다.

* 현대시조

팽이
- 모상철

때려다오! 채찍 끝에 나래 펴는 불사조
정수리 얼음판에 거꾸로 처박은 채
정지는 곧 죽음일 뿐 천형 따라 도는 목숨

 
모상철(牟相哲, 1932~)은 2005년 <시조생활>로 등단한 시인이다. 시인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학적인 심리를 ‘팽이’를 통해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팽이는 때려야 돌아가고 채찍으로 맞아야 넘어지지 않고 불사조처럼 살아난다. 그래서 팽이는 생태적으로 맞아야 사는 존재이다. 초장에서 ‘때려다오 채찍 끝에 나래 펴는 불사조’의 표현은 상대를 때려야 하고 상대로부터 맞아야 사는 팽이의 법칙이다. 중장의 ‘정수리 얼음판에 거꾸로 처박은 채’는 척박한 환경에 처박은 채로 맞으면서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그늘진 단면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모습을 종장에서 ‘정지는 곧 죽음일 뿐 천형 따라 도는 목숨’이라고 팽이의 속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여 이를 인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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