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53] ‘엊그제 버힌 솔이’와 ‘나도 바람꽃’
[우리 시조의 맛과 멋-53] ‘엊그제 버힌 솔이’와 ‘나도 바람꽃’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4.02.15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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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엊그제 버힌 솔이
- 김인후

엊그제 버힌 솔이 낙락장송(落落長松) 아니런가
져근덧 두던들 동량재(棟梁材)되리러니
어즈버 명당이 기울면 어느 남기 바티리

김인후(金麟厚, 1510~1560): 호는 하서(河西)로 명종 때의 유명한 학자이다. 초장에서는 임사수(林士遂)의 죽음을 묘사하고 있으며, 중장에서는 장래가 촉망되는 인재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으며, 종장에서는 나라의 일을 걱정하고 후일의 나라 일을 누가 맡아 할 것인가를 개탄하고 있다. 이 시조는 작가가 임사수의 억울한 죽음을 안타깝게 여겨 지은 것이다. 임사수는 작가와는 교분이 두터운 친구 사이로 호협하고 글을 잘하여 벼슬이 부제학(副提學)에 이르렀으나 명종 2년(1547년)에 벽서 사건으로 유배되었다가 다시 정언의(鄭彦懿)의 차소로 사사(賜死) 당하기에 이르렀다.

* 현대시조

나도 바람꽃
- 문효치

바람이 시작된 곳 바다 끝 작은 섬
물결에나 실려 올까 그 얼굴 그 입술이
한 생애 불어오는 건 바람 아닌 그리움

문효치(文孝治, 1943~): 1966년 서울신문,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나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이 작품 ‘나도 바람꽃’은 꽃 안의 그리움에 몸서리치게 흔들리고 있다. ‘바람이 시작된 곳’은 ‘그 얼굴 그 입술’로 상징된 ‘바다 끝 작은 섬’이다. 그곳에는 사랑하는 이가 존재하고 그에 대한 그리움이 곧 바람이다. 그리고 그리움에 흔들리는 것은 시적 화자인 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바람꽃일 수밖에. 너도나도 바람에 울고 불며 대책 없이 흔들리는 하나의 작고 여린 꽃으로 그리움을 품고 산다. 이 작품은 그 표현이 상징화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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