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52] ‘녹초 청강상에’와 ‘우수리와 자투리’
[우리 시조의 맛과 멋-52] ‘녹초 청강상에’와 ‘우수리와 자투리’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4.02.01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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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녹초 청강상에
- 서익

녹초(綠草) 청강상(晴江上)에 구레 벗은 말이 되어
때때로 머리 들어 북향(北向)하여 우는 뜻은
석양(夕陽)에 재 넘어 가매 임자 그려 우노라

서익(徐益, 1542~1587): 호는 만죽(萬竹)으로 선조 18년 의주목사(義州牧使)를 지냈다. 이 시조는 작가가 의주목사에 올라 있을 때 율곡 이이(李珥)의 탄핵을 변호하다가 파직당하여 고향인 충성도에 내려가 있을 즈음에 지어진 작품으로, 임금에 대한 곧은 충성심을 노래한 것이다. 때는 한여름, 잘 자란 푸른 풀에 강물은 맑은데 벼슬을 던져버렸고 굴레 벗은 말처럼 자유의 몸이 되었는데도 때때로 북녘 임금이 있으신 곳을 향하여 운다. 그 뜻은 석양이 재 넘어가듯 나이 들어 늙어가지만, 임금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변함없어 우는 자신의 안타까운 심회를 노래하고 있다. 

* 현대시조

우수리와 자투리
- 유준호

울 어머니 사랑에는 우수리가 꼭 있었지
보탬도 모자람도 아예 없이 알맞은
누구나 탐을 낼만한 자투리가 꼭 있었지

유준호(劉準浩, 1943〜): 1971년 <시조문학>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다. 어머니의 사랑에는 우수리와 자투리가 꼭 있어 여기엔 뭘 더 보태거나 뺄 것이 아예 없이 자식에게 꼭 알맞아 누구나 탐을 낼 고운 정이 있다. 우수리는 거슬러 받은 잔돈을, 자투리는 재단하고 남은 천을 뜻하는데 표현 언어만 다를 뿐 둘 다 사용하고 남은 여분을 뜻하는 말이다. 다 쓰지 않고 남겨둔, 보탬도 모자람도 없는, 거기에 꼭 맞는 사랑이 어머니에겐 있다. 이것은 얼핏 생각하면 사람들에게는 대수롭지 않지만, 어머니 자식 간에는 그지없이 소중하다. 이런 것이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이다. 자식은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이듯 어머니는 자식의 끝없는 그리움이다. 현시대의 효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우리 고유의 설날도 다가오고 음력 정월은 효의 달인 것 같아 이 작품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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