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㊿] ‘홍진(紅塵)을 다 떨치고’와 ‘조약돌’
[우리 시조의 맛과 멋㊿] ‘홍진(紅塵)을 다 떨치고’와 ‘조약돌’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4.01.04 09: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홍진(紅塵)을 다 떨치고
- 김성기

홍진(紅塵)을 다 떨치고 죽장망혜(竹杖芒鞋) 집고 신고
요금(瑤琴)을 빗기 안고 서호(西湖)로 드러가니
노화(蘆花)에 떼 만흔 갈며기난 내 벗인가 하노라

김성기(金聖基, ?~?): 조선 후기 강호가, 낭옹신보를 지은 거문고 명인이다. 이 시조에서 죽장망혜, 요금, 갈며기는 모두 속된 세상을 떠난 소재로 작자의 진정한 ‘벗’들이다. 자연을 즐기며 그 안에서 근심 없이 친구들을 찾고 있는 작자의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무척 평화롭고 한가하다. 속세의 번거로움을 모두 떨쳐 버리고 자연과 함께 삶을 살아가겠다는 작자의 인생관은, 죽림칠현에서 이어져 온 선인들의 처세관이기도 하다. 하얀 갈대꽃밭과 떼 지어 있는 갈매기들이 아름다운 자연 풍경의 시각적 이미지를 선사해 주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자연에 묻혀 사는 은사(隱士)의 유한(悠閑)한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 현대시조

조약돌
- 류제하

나비를 만나면 나비와 조잘대고
구름을 만나면 구름과도 조잘댄다
저 혼자 마냥 심심해도 조잘대는 조약돌

류제하(柳齊夏, 1940∼1991)는 1966년 시조문학 천료와 19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 활동한 시인이다. 조약돌 위에서 잠시 머무는 나비와 조잘대고 하늘에 흐르는 구름이 물 위를 비춰 지나가면 구름과도 무어라 무어라 조잘대고 있다. 나비도 지나가고 구름도 지나가고 나면 조약돌은 혼자가 되어 마냥 심심할 때쯤엔 끝없이 물이 흐르는 그 물소리와 조잘대고 또 조잘댄다. 조약돌의 ‘조’ 자를 의성화(擬聲化)하여 ‘조잘댄다’란 말을 활용하여 단순하면서도 리듬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조약돌은 얕은 냇물에 매끈매끈 닳아서 있는 돌이다. 그 돌 때문에 잔물결이 일어난다. 그 작은 파문이 조약돌과 조잘대고 있는 것 같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