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55] ‘바람이 눈을 모라’과 ‘돌’
[우리 시조의 맛과 멋-55] ‘바람이 눈을 모라’과 ‘돌’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4.03.14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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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바람이 눈을 모라
- 안민영

바람이 눈을 모라 산창(山窓)에 부딋치니
찬 기운(氣運) 새여 드러 자는 매화(梅花)를 침로(沈勞)허니
아무리 어르려허인들 봄 뜻리야 아슬소냐

안민영(安玟英, 1816~?)은 조선 후기의 가객으로 이 시는 그의 ‘영매가(詅梅歌)’ 중 하나이다. 산속에 채 가시지 않은 겨울바람이 차가운 눈을 몰고 와도, 이미 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매화를 어찌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찬바람이 아무리 매화를 얼게 하려고 해도 대자연의 섭리요, 조물주의 조화인 봄이 이미 와서 매화가 방긋이 꽃을 피우려는 봄뜻이 있는데 그것까지는 빼앗을 수 없다. 새봄이 돌아오는 자연의 순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함은 매화가 가진 곧은 속성이기도 하다. 아무리 차가운 시련의 겨울바람이라 해도 피어 있는 매화는 끄떡없다는 의미를 은연중에 시사하고 있다. 

* 현대시조


- 임종찬

산은 그 아픔을 진달래로 피 흘리고
강은 그 노래를 몸 흔들어 보이건만
너와 난 아픔도 노래도 굳어 돌이 되었네

임종찬(林鍾贊, 1945~)은 1973년 현대시학으로 문단에 나온 시인이다. 시인은 이 시에서 산은 민족 분단의 아픔을 진달래로, 강은 몸을 흔들어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너와 나는 아픔도, 노래도 다 굳어서 무감각하게 되고 말았다. 즉 마음도 정신도 무디게 되어 무덤덤한 무표정의 모습이 되었다. 정전 70년이 지났는데도 그 무엇 하나 시원하게 풀린 것이 없어,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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