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칼럼] 민주평통, 훈장과 표창 너무 흔해… 출범 2개월만에 의장표창 검증?
[이종환칼럼] 민주평통, 훈장과 표창 너무 흔해… 출범 2개월만에 의장표창 검증?
  •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 승인 2023.11.03 13: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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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상이 너무 흔하다 보니, 대통령 표창도 상 같지가 않아요.”
“민주평통이 출범 두달도 안돼 상을 준다고 해서야…”

민주평통 사무처가 11월 중에 의장표창 후보를 검증한다며 명단을 발표하자, 해외한인사회에서 나오는 말이다.

민주평통은 지난 9월 1일 제21기가 출범했다. 협의회 출범식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출범식도 다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무처가 의장 표창 후보군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반응이 나온다.

상과 벌을 분명히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맞다. 하지만 상이 너무 흔해서는 상의 가치가 떨어진다. 상을 주는 것은 사회나 단체의 모범이 되는 사람을 따라 배우라고 하는 일이다. 나라의 법도를 세우는 일이다.

중국에서 신상필벌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많다. ‘한비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중국 춘추시대 진문공(晉文公)은 62세라는 늦은 나이에 군주의 자리에 올랐다. 진문공이 그의 장인인 호언(狐偃)에게 물었다.

“내가 백성들의 집에 술과 고기를 내려주고, 병사들에게는 옷을 만들어 입히려 하오. 이렇게 하면 백성들이 나를 위해 싸우게 하기에 충분하겠소?”
“부족합니다.”

“백성들이 재산을 잃으면 조사하여 궁핍한 사람에게는 은혜를 베풀어 주고 죄가 없는 사람은 사면해주겠소. 이렇게 하면 백성들이 나를 위해 싸우겠소?”
“부족합니다. 백성들에게 전장에 나서도록 하는 것은 죽기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겠소?”
“공이 있는 이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죄를 지은 이에게는 반드시 벌을 내리면 됩니다(信賞必罰, 其足以戰). 그렇게 하면 전쟁에 나갈 것입니다.”

주나라 문왕과 강태공의 대화도 있다. 먼저 문왕이 물었다.

“나는 한 사람에게 상을 주어 백 사람의 선을 권장하고, 한 사람에게 벌을 주어 백 사람의 악을 징계하려 합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이에 강태공이 대답했다.

“포상은 공로에 알맞게 실행된다는 믿음이 가장 소중하고, 처벌은 예외 없이 반드시 실행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포상에 믿음이 있고 처벌에 예외가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곳에서 실행한다면, 이를 직접 보고 듣지 못한 사람들도 모두 교화될 것입니다.”

하지만 민주평통은 출범 불과 2개월 만에 의장 표창 후보군을 발표했다. 민주평통 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불과 두 달 만에 누가 뭐를 했다고 상을 받는지 모를 일이다.

이러다 보니 상 받을 후보를 선정하는데도 큰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듯하다. 간사를 맡았거나 향후 협의회에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대충 선정’하는 인상이 짙다.

민주평통에는 이밖에도 상이 많다. 훈장도 많이 수여된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표창을 받은 사람 중에 현직 협의회장은 없다. 협의회장들은 훈장을 노린다. 대통령 표창을 받으면 훈장을 신청하는데 걸리적거리기 때문에 신청하지 않는다.

대통령상이 이럴진데 장관상은 의미도 없다. 국내 기업인이나 사회단체에서는 장관상을 하나 받은 것도 엄청난 영광인데, 해외민주평통에서는 대통령 표창에다 훈장까지 흔하다 보니 장관상 같은데 눈을 돌리지도 않는다. 과연 이렇게 상을 흔하게 주고받은 것이라면, 상벌의 논리를 아예 망치는 일이다.

해외한인사회에서는 언젠가부터 현역 때 훈장을 받자는 게 새로운 풍토로 자리 잡았다. 전에는 전직으로 열심히 봉사한 사람을 추천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상이 흔하고, 또 정부도 계속 바뀌다 보니 ‘있을 때 받자’는 풍토가 정착하기 시작했다. ‘세계한인의 날’ 수여되는 유공자포상 수상자를 보면 현역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은 받는 사람이 자랑스러워야 한다. 또 주변에서 공로를 인정하며, 축하와 격려가 따라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해외한인사회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심지어 무궁화훈장까지도 의혹의 눈으로 보는 사람이 있는 현실이다.

상을 받는데 돈 얘기가 많이 오가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처럼 ‘공짜 상이나 훈장도 없다’는 말이 나도는 것이다. 이처럼 상이나 훈장의 품격을 떨어뜨려서는 상의 의미가 없다.

그런데도 민주평통이 이 같은 풍토 확산에 앞장서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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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걸부 2023-11-16 13: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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