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펜데믹을 구실로 장난치는 정권들
[이계송칼럼] 펜데믹을 구실로 장난치는 정권들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0.04.28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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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곳곳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정권비판을 잠재우고 권력을 강화하는 아주 편리한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결과는 어떤가? 사전에 억제할 수 있었던 바이러스를 지구촌 펜데믹으로 키워버렸다. 펜데믹은 언젠가는 가라앉겠지만, 권력의 이런 위험한 장난은 펜데믹의 영원한 나쁜 유산으로 남게 됐다고 세계적인 인권운동가 케네스 로스는 경고했다. ‘뉴욕리뷰’에 기고한 그의 글을 간추려 소개하면 이렇다. 

펜데믹 위기는 방역당국 및 의료계가 정확한 정보를 얼마나 자유롭고 신속하게 접근하여 대책을 세울 수 있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를 무시한 결과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일으킨 예가 중국이다. 우한의 의사들은 지난 12월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 경종을 울리려고 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그들의 입을 막고 오히려 탄압까지 했다. 그 결과 코로나19는 3주 동안 엄청난 질주를 해버렸다. 수백만명의 여행객들이 우한을 다녀가면서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순식간에 확산돼 버렸다.

지금도 중국 정부는 공중보건문제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우선시하고 있어 보인다. 더군다나 코로나바이러스는 꺾였다며, 감염은 더 이상 없을 거라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에 대해 날카롭게 보도했던 외국 기자들을 추방했고, 위험을 무릅쓰고 우한을 실상을 알렸던 인사들을 구금했다. 이뿐 아니다. 베이징 정부는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엉뚱한 음모론을 밀어붙이며, 초기에 자기들의 은폐해서 벌어진 세계적인 비극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중국뿐만이 아니다. 태국, 캄보디아, 베네수엘라, 터키 정부는 어떤가? 그들은 바이러스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비난하는 기자들은 물론 운동권, 의료인들을 구금하고 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이집트 대통령 엘시시는 수주 동안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협을 일부러 모른 체했다. 겉으로는 이집트 관광업계 피해를 핑계로 삼았다. Guardian지 특파원을 추방했고, 뉴욕타임즈 기자에게 경고를 날렸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숫자에 대한 정부의 발표를 의심하는 기사를 썼다는 이유였다.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 정권은 국내 감옥에 코로나19 케이스가 하나도 없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검찰을 시켜 한 국회의원을 조사했다. 의사이기도 한 그 국회의원이 70세 죄수 한 사람과 교도소 직원 하나가 감염되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태국 수상 차노차는 정부의 언론발표만 보도하고 의료분야 종사자들과는 인터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처음에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뉴스를 민주당의 ‘음모’라고 몰아붙였다. 브라질 Bolonaro 대통령은 바이러스 확산에 대해 ‘망상’이라며 방어조치 주장은 ‘히스테릭’이라고 조롱했다. 멕시코 Obrador 대통령은 과시나 하듯 집회를 열고 지지자들을 껴안고, 키스하고 악수를 나눴다. 헝가리 정부는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숫자가 지금까지 수백건에 불과하다고 하면서도, Orban 수상은 자기 당의 국회 다수를 이용해서 무기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로써 소위 가짜로 여기는 뉴스를 유포하는 기자의 경우 최장 5년간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이스라엘 수상 나탄야후는 부패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내각 법무장관은 코로나바이러스를 구실로 재판중인 대부분의 사건에 대해 재판을 중지시켰다. 

어떤 정권은 코로나바이러스가 정치데모를 막는 편리한 이유를 제공했다며 안도의 숨을 쉬고 있다. 알제리 정권은 지난 1년 이상 계속해왔던 민주개혁 요구시위를 중단시켰다. 러시아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임기 제한 철폐 계획에 반대하는 1인 시위마저 중단시켰다. 인도 정부는 최근 3주간의 사회폐쇄 조치를 발표함으로써 모디 수상의 반이슬람 시민권 정책을 반대하는 항의 시위가 쉽게 마무리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용한 디지털 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경우도 생겼다. 중국은 신장지역에서 감시를 강화 확대하고 있다. 1백만 위구르족과 터키계 무슬림의 일부를 가려내 구금, 교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한국도 감염자 동선에 관한 자세하고도 아주 투명한 정보를 그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모든 이에게 보도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코로나바이러스를 인용, 첩보기관 신베트가 일반인들의 휴대전화를 통한 방대한 위치추적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러시아는 안면인식 기술을 갖춘 세계 최대 감시 카메라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의심할 여지 없이 비상시국을 맞고 있다. 국제인권법도 국가 비상시에는 필요하고 적절한 만큼 시민의 자유에 대한 제한 조치를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국민이 정부의 권력 장악을 기꺼이 용인할 거라는 착각과 함께, 이 기회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지도자들을 엄중히 경계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물론 시민들의 건강을 위태롭게 하는 범죄행위이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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