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방공예이야기] 꿈을 담은 반짇고리
[규방공예이야기] 꿈을 담은 반짇고리
  • 구본숙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03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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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짇고리=송금숙 작품

우리네 옛 여인들은 바느질과 밀접한 삶을 살아왔다. 사시사철 옷부터 이불, 소품, 보자기, 버선, 공예품 등 여인의 바느질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바느질은 중요한 가정교육의 척도였다. 현대에 이르러 바느질은 취미이자 즐거움이지만 과거 바느질은 노동이자 고된 일과였다. 여인의 바느질로 온 가족이 한땀 한땀 솜을 누벼 옷을 지어 입고, 두꺼운 이불을 만들어 따스한 겨울을 보냈다. 여름이면 시원한 삼베나 모시로 옷을 만들어 무더운 여름을 지냈다. 명절이면 설빔, 추석빔과 같은 새 옷을 지어 입었다. 자투리 원단을 활용하여 조각보나 아이들의 색동저고리를 만들어 입기도 했다.

이렇듯 옛 여인들은 쉴 틈 없이 바느질을 했고 삶과 뗄 수 없는 중요한 일과였다. 반짇고리는 그러한 바느질 도구를 담는 필수 불가결한 보관함의 용도였다. 그러나 현재는 있으나 없으나 한 가정용품이 되어버렸다. 바느질을 무척 좋아하는 나 역시 변변찮은 반짇고리 하나 없다. 처음 사용했던 반짇고리 함은 일회용 플라스틱 상자였다. 부끄럽게도 마트에서 방울토마토를 구입하고, 그 통을 재활용할 따름이었다. 바느질 부자재에 대한 욕심으로 점차 실과 단추 등이 늘어나자 조금 더 큰 약을 담는 상자를 반짇고리 대용으로 사용했다. 크기도 적당하고 튼튼하지만, 약의 명칭이 크게 적힌 상자가 다소 민망하기도 하다.

현재의 반짇고리가 익숙하여 잘 사용하고 있지만, 점점 더 채워진다면 언젠가는 더 크고 디자인이 훌륭하며 실용적인 반짇고리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그때를 위해서 인터넷 쇼핑몰이나 관련 공방에서 반짇고리가 있으면 눈여겨본다. 반짇고리를 찾아볼수록 욕심이 난다. 유럽풍의 고풍스럽고 아름다운 디자인부터 원목으로 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개성 있는 반짇고리까지 각양각색이다.

옛 반짇고리는 한지공예로 만들어진 것부터 고재로 된 것, 나전칠기, 화각 등으로 만들어진 것, 사각형, 팔각형, 둥근 모양 등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제작되었다.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반짇고리의 겉면을 유려한 솜씨로 꾸미기도 했다. 옛 여인들에게 반짇고리는 가족의 옷과 필수품을 정성스레 만드는 재료들이 모두 담긴 애착의 대상이자 고된 일생의 과업 담는 것과도 같았다. 그렇기에 늘 곁에 두며 정성과 혼신을 다해 아름다운 문양을 겉면에 꾸미지 않았을까. 아름다운 옛 받짇고리를 볼 때면 여인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느낀다.

나 역시 처음 바느질에 취미를 가졌을 때 일회용 플라스틱 통에 불과한 받짇고리를 사용했으나 점차 바느질에 대한 애착이 생길수록 반짇고리에 대한 욕심도 더해감을 스스로 느끼고 있다. 기왕 반짇고리를 소장한다면 한평생 질리지 않을 아름답고 튼튼한 반짇고리를 소유하고 싶다. 바늘과 실, 그리고 바느질에 관련된 모든 것이 담긴, 옛 여인의 삶 전체가 담겨있다 할지라도 어색하지 않은 숭고한 반짇고리를 감상하며 그 자체의 심미성보다 여인들의 고달픔과 가족을 위한 희생정신이 먼저 떠오른다. 옷을 비롯한 다양한 생활 물품을 만들고 규방 여인들의 여가 생활까지 반짇고리를 벗 삼아왔다. 옛 여인들은 고된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바느질로 표출하고 응어리진 마음을 대신해 꿈을 담고 억척스러운 삶을 담아 훗날 반짇고리에 고이 간직되어있던 끝없는 사랑과 희망이 한없이 펼쳐지리라.

필자소개
2018 계간문예 수필부문 등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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