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㉘] 사생활 침해하는 빅브라더는 동전의 양면
[이종호의 포스트 펜데믹 로드맵-㉘] 사생활 침해하는 빅브라더는 동전의 양면
  • 이종호 한국과학기술인협회장
  • 승인 2021.12.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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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라는 개념은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활성화되기 이전부터 알려진 내용이다. 많은 산업체 경영진들은 회사를 경영할 때 직관을 따르는 것보다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러나 막상 이를 실무 현장에 도입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선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만만치 않고 설사 확보했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라는 개념을 누구보다 빨리 도입한 곳이 대형할인점인 타켓(Target)이다. 타켓의 핵심은 통계 부서를 육성하는 것으로 자사 매장에서 추출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매출을 더 많이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타켓은 소비자의 구매 목록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나이, 성별, 혼인 여부, 자녀수, 주소지의 주변 여건 등은 물론 소비자가 자사 웹사이트에서의 활동까지 수집해서 이를 함께 분석한다. 타켓은 이런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 습관이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보통 식료품을 사러 슈퍼마켓으로 가며 옷이나 기타 잡화를 살 때 쇼핑몰을 들린다. 그런데 타켓은 음식부터 가전제품, 가구 등 거의 모든 제품을 판매하므로 고객이 어떤 물품이라도 구입할 생각이 나면 우선 자신들의 ‘타켓’사를 떠오르도록 소비자의 구매 습관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켓의 전략은 고객들이 자신의 대형할인점을 다시 방문해달라는 의미로 주로 고객이 앞으로 구입할 예상 물품을 예상하여 그 부분 목록과 함께 쿠폰을 주는 것이다.

문제는 소비자가 평생 동안 몇 차례 중요한 시기를 제외하고 구매습관을 거의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시기란 소비자가 다른 장소로 이사하거나 아이를 갖는 경우다. 그런데 수집된 데이터로는 고객이 언제 이사할지를 알 수 없다. 즉 어느 고객이 여행용 가방이나 차량용 밧줄을 구입한다고 해도 그 고객이 이사한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더구나 어느 지역으로 이사할 지는 더더욱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타켓은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임신부를 찾아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타켓이 임신부에게 집중한 것은 일단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임신과 출산 이후에 필요한 여러 종류의 물품을 계속 구매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고객의 출산 시기를 예측하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는데 매우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므로 타켓은 출산시기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토대로 임신한 여성 고객을 대상으로 3개월 주기로 맞춤형 쿠폰을 송부했다. 이를테면 첫 3개월 동안은 임신한 고객에게 비타민 보충제 쿠폰 등을 제공하는 식이다. 문제는 이들의 예측 모델이 매우 정확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임신한 고객 중 임신 사실을 비밀로 하고 싶은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타켓은 이 문제로 큰 곤욕을 치렀다. 한 고객을 임신부로 판단하고 계속하여 임신에 관한 쿠폰을 보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녀는 아직 고등학생이었다. 타켓에서 보낸 쿠폰이 계속 우송되자 아버지가 타켓 매장을 방문하여 항의했다. 그는 고등학교 다니는 딸에게 아기 옷, 아기 침대 쿠폰을 주는 것이 말이 되냐고 항의했다. 한마디로 어린 딸에게 임신하라고 조언하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매장에서 총알같이 사과하면서 상황을 수습하려고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아버지가 사과 전화를 했다. 딸이 임신했다는 것이다. 타켓이 딸의 부모들도 알아채지 못하는 임신사실을 사전에 파악했다는 것인데 이것은 빅데이터의 활약 때문이다.

이 문제는 미국에서 빅데이터가 심각한 프라이버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타켓이 보여주는 핵심은 인간의 개인적인 행동(고객의 구매 패턴) 데이터를 분석하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한 예측은 매장의 판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인들도 쌀을 먹기는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처럼 쌀을 주식으로 하지는 않으므로 쌀이 상점의 주요 판매 지수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은 물기가 있어 차진 쌀을 애용하는데 서양인들은 이를 하등품으로 간주하여 서양인들이 선호하는 쌀보다 2~10배까지 저렴하다. 상점으로 볼 때는 환가성이 매우 낮은 물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의 슈퍼에서는 한국인용 쌀을 기본 준비물품으로 전시한다.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쌀을 비치하는 것은 한국인이 쌀만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위 슈퍼 마케트 측으로 보면 쌀이 미끼 상품인데 이 역시 데이터 분석에 의한 것이다.

학자들이 빅데이터를 산업발전에 유익하게 사용하려면 개인정보침해에 대한 강화된 대책이 필수적이고 부단히 지적하는 이유다. 정보보안기술 자체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특히 체계적인 정보보안전략의 수립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2013년 미국의 <유니시스>가 시행한 연구에서 미국인의 83%가 신용 도용에 대한 우려를 보였으며 미국 <정보시스템감사통제협회>는 대중의 92%가 인터넷 연결 장치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90%가 자신들의 온라인 데이터가 도용될 것을 두려워한다고 토로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인터넷의 장점과 더불어 생긴 신종 일자리로 해킹, 정보유출, 악성 소프트웨어, 사이버공격, 스누핑(인터넷 네트워크에서 오가는 정보를 몰래 엿듣는 행동)이 폭발적으로 생겼다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바로 이런 사실을 적나라하게 해석한 것이 조지오웰의 책 『1984년』에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는 빅브라더이다. 사실 ‘빅데이터’와 사생활을 침해하는 ‘빅브라더’는 동전의 양면이라 볼 수 있지만 조지오웰이 말하는 빅브라더는 한마디로 독재자가 각종 정보를 통제하여 인권을 박탈하는 사회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런데 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은 빅데이터의 기본은 바로 지구인의 개인 정보를 토대로 이를 연구분석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럴 때 빅데이터는 인간이 만든 알고리즘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활용한다. 그러므로 빅데이터가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와 편견, 편향성 또한 고스란히 담고 있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제대로 된 결과가 나올 수 없으며 어떤 방법으로든 부작용이 배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RFID든 빅데이터 등 정보 누출에 따른 문제점이 만만치 않지만 이들 기술의 유익함도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자체가 바로 이런 기술 개발로 출발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런 기술을 통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렵게 되는 상황에서 개인 정보 누출만 강조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사실 정보기술의 발전이나 프라이버시의 보호는 병아리가 먼저냐 닭이 먼저냐를 단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간단하게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다만 창이 있으면 방패가 있는 법. 과학의 남용으로 우리의 프라이버시는 점점 설 땅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들을 어떻게 조화시켜 인간에 유용하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인간의 노력 여하에 달렸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문제는 앞으로 계속 큰 화두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소개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프랑스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 및 과학국가박사 학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 연구 활동
저서: 「침대에서 읽는 과학」,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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