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㊼] 아르메니아의 슬픈 소리, 두둑
[홍미희의 음악여행 ㊼] 아르메니아의 슬픈 소리, 두둑
  • 아르메니아 예레반=홍미희 기자
  • 승인 2023.07.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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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두둑을 연주하는 아르메니아인
두둑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아르메니아인들

(아르메니아 예레반=월드코리안신문) 홍미희 기자   

아르메니아는 북쪽으로 조지아, 동쪽은 아제르바이잔, 남쪽은 이란, 서쪽은 튀르키예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과거에는 이란(페르시아)과 오스만제국(튀르키예)의 지배를 받았고 최근에는 소비에트 연방사회공화국이 되어 소련의 세력권에 들어갔다가 1991년 소련 붕괴 후 독립했다.

또 아르메니아는 돌의 나라라고 불린다. 바꿔 말하면 산악지대로 척박한 땅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사는 것도 고단하고 힘들다. 그렇지만 이들이 평소 듣는 노래의 가사를 보면 “너의 쓴 얼굴 때문에 설탕이 필요하다”, “멋진 남자를 만나 사귀고 싶은데 이 남자가 춤출 줄 모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등 유쾌하고 즐겁다.

또, 음악을 사랑하는 만큼 아르메니아의 문화에서 춤은 빠질 수 없는데 아르메니아에서 서울로 유학을 왔던 ‘도나라’는 자신도 어릴 때부터 학원에 가서 전통춤을 배웠다고 했다. 또, 서울에서 결혼식에 초대를 받았을 때 최고로 좋은 옷을 입고 가서 사람들이 언제 춤추러 나올지 기다렸는데 불과 한 시간 만에 결혼식은 끝이 나고 춤추는 시간도 없어서 서운했다고 했다. 이들의 결혼식은 계속 춤을 추고 즐기면서 거의 하루종일 진행된다.

지반 가스파리안, 두둑
두둑(오른쪽) 연주

이들은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과거 많은 주변의 나라로 인해 아픔을 겪은 것이나 우리가 백두산에 올라 감상에 젖는 것처럼 과거 노아의 방주가 마지막에 머물렀다는 아라랏산을 보며 안타까워하는 것도 비슷하다. 현재는 튀르키예 땅이 됐지만 이들에게 아라랏산은 영산이고 아픔이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아라랏산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번 방문에서도 계속 들은 곡은 Here's to You Ararat(아라랏 너를 위하여~)이었다. 계속 반복되는 아라랏이 나중에는 누가 건드리기만 해도 그냥 아라랏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아르메니아는 아픈 역사를 지닌 만큼 여러 가지 사정으로 타국으로 나간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밖에서 보내는 송금이 이 나라의 경제를 일부 뒷받침하고 있을 정도다. 음악가 중에도 외국에 나가서 활동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표적인 음악가로는 ‘하차투리안’이 있다. 사실 내 경우에도 지금까지 그를 러시아사람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러시아에서 활동한 아르메니아 출신 클래식 음악가다.

샤를 아나즈부르(왼쪽)와 아람 하차투리안
샤를 아나즈부르(왼쪽)와 아람 하차투리안

지금도 아르메니아의 수도인 예레반 중심에 있는 오페라 극장 앞에 그의 동상이 있다. 하차투리안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지만 그가 작곡한 ‘가야네’ 중 ‘칼춤’을 들으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유명한 작곡자다. 그는 아르메니아의 국가를 작곡하기도 했으며 모스크바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예레반에 묻힌 그야말로 아르메니아인이다.

또 다른 대중음악가로는 ‘샤를 아즈나부르’가 있다. 그는 프랑스에서 활동했으며 1억 8천만장의 음반 판매기록과 프랑스의 국민가수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많은 자선활동과, 아르메니아 스위스 대사, 국제연합에서 아르메니아의 영구대표자로 피임되기도 했다. 아르메니아 사람들을 많이 도와준 그에게 지금도 사람들은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두둑
두둑

그러나 이 모든 것 중에서도 아르메니아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두둑’이다. 두둑은 관악기로 어딘지 슬프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해금인가 싶을 정도였다. 두둑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더블리드를 사용하는 악기로 15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어 200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록됐다.

해금이 단 2줄로 많은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처럼 두둑 역시 길이는 30~40cm, 리드의 길이는 10cm 정도에 음역도 한 옥타브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두둑은 아르메니아에 많은 살구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축제와 결혼식, 그리고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행사와 의식에서 사용한다. 두둑에는 열정, 슬픔, 고통, 그리고 기쁨까지도 들어있다.

두둑의 리드
두둑의 리드

실제로 아르메니아에서 두둑은 가는 곳마다 만날 수 있었다. 거리의 판매상에서, 관광지 앞에 있는 노점상에도 단지 안에 두둑이 꽂혀 있었다. 그리고 들어간 식당에서도 어느 틈엔가 두둑 연주자가 앞에 와서 불고 있고, 저녁 식사를 하던 식당에서는 두둑을 불자 사람들이 나와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 중 흥이 많은 사람도 같이 나가서 어울려 춤을 추었는데 구슬픈 소리가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두둑은 기쁨도 표현하는 악기였다. 그런가 하면 가르니 신전에 갔을 때도 그 안에서 두둑을 불고 있는 연주자를 만날 수 있었다. 두둑은 이들에게 삶 그 자체였다.

가르니 신전안(오른)의 두둑연주자
가르니 신전안(오른쪽)의 두둑연주자

두둑은 서양의 다른 악기와 같이 연주해도 서로 잘 어울리는 소리를 가지고 있어 영화, TV, 게임 음악에도 많이 사용되면서 세계적으로도 많이 유명해졌다.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에서도 배경음악으로 사용됐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영화 ‘글레디에이터’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나니아연대기’의 OST에서도 사용됐다. 특히 글레디에이터의 OST를 연주한 사람은 지반 가스파리안이다.

가스파리안은 여섯 살 때부터 두둑을 연주했고 예레반 음악원의 교수가 되어 두둑연주자로 활동했다. 아르메니아에서는 가스파리안이라는 이름 자체가 두둑이다. 1980년대 월드뮤직이 유행하면서 많은 해외의 연주자들이 가스파리안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렇게 가스파리안은 두둑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음악과 춤을 좋아하고 흥도 많은 아르메니아 사람들에게 두둑은 기쁠 때 함께하고 슬플 때 위로해 주는 오래된 좋은 친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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