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기고]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 승인 2023.08.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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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 개선이 밑바탕… 중국을 직접 지목해 비판하기도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이강국 전 주시안총영사

윤석열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공동기자회견을 가졌다. 한미, 한일 정상회담도 개최했다. 1박4일의 강행군이었다. 미 대통령 전용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는 격식 없이 편안한 대화가 가능한 곳이다. 카터 대통령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초대하여 중동 평화협상을 중재하면서 유명해졌다.

윤석열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 및 기시다 총리는 다자 국제회의를 계기로 여러 차례 회동한 적이 있다.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NATO 정상회의 계기에 북핵 문제를 비롯한 지역·글로벌 현안을 주제로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서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도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이때 3국은 정상 협의결과를 반영하여 최초로 3국 정상 간 포괄적 공동성명을 채택하였다. 그러나 별도로 일정을 잡은 것은 이번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가 처음이다.

한미일 3국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캠프 데이비드 원칙’(Camp David Principles), ‘3자 협의에 대한 공약’(Commitment to Consult) 등 3개의 문건을 채택했다. 정상 공동성명을 겸한 ‘정신’에서는 한미일간 포괄적 협력 방안이 망라됐고, ‘원칙’에서는 향후 한미일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견지해 나가야 할 원칙들을 합의했다. 한미일 정상은 이 두 문건을 통해 3국 협력을 제도화하기 위한 회의 정례화와 협의체 신설 등의 장치를 마련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안보 위협에 공동 대응하고 공급망과 신흥 기술 등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3국 협의체를 대거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최소 연 1회 개최하고 국가안보보좌관(안보실장), 외교·국방·산업장관 간 회의도 연례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각국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간에 두 차례 열었던 ‘한미일 경제안보대화’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하기로 했다. 3국은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공급망 3각 연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각자 운영 중인 조기경보 시스템을 상호 연계해 핵심 공급망의 조기경보체계 업그레이드를 꾀하는 한편, 혁신기술 보호를 위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기술 불법 탈취와 유출을 막기 위해 미국의 범정부 합동수사단인 ‘혁신기술타격대’와 한국 및 일본의 상응 기관과 첫 교류를 실시하기로 했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 사이버 활동을 통한 제재 회피를 차단하기 위해 국제 사회와의 공조를 포함, 3국간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자 3자 실무그룹을 신설키로 했다. 북한에 억류 중인 국군 포로 문제 해결과 자유롭고 평화로운 한반도 통일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도 뜻을 같이하고, 이를 정상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서는 3국 방어 훈련도 매년 실시한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하고, 2022년 11월 프놈펜 성명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2023년 말까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도록 했다.

3국 정상은 처음으로 중국을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역내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주체로 직접 지목하여 비판했다. “최근 우리가 목격한 남중국해에서의 중화인민공화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우리는 각국이 대외 발표한 입장을 상기하며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에 대한 표현도 강해졌다. “국제 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요소로서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는 기존 입장에 더해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지속 지원 의지를 표명하고 대러시아 제재 이행과 대러 에너지 의존도 감소를 위한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

‘공약’에서는 “한미일간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공약한다”고 합의했다. 안보 위협 등에 대응하기 위한 신속 협의를 공약으로 채택하면서 한미일 안보협력 수준이 비정기적인 대북 공조에 머무르던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졌다. 3국 안보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일관계 부침 속에서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이 별개로 유지돼온 한미일 관계는 이로써 더욱 확실한 3자 협력 체계를 구축하게 됐다.

한미일 3국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일 협력의 당위성과 전방위적인 공조 강화 의지를 부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 우리 협력이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장기간 지속되는 협력을 통해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오늘 우리 세 정상은 향후 한미일 협력의 지속력 있는 지침이 될 캠프 데이비드의 원칙에 합의했다”며 “우리는 한미일 협력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다양한 수준과 분야의 3국 협력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미일 3국 간 전략적 연계의 잠재성을 꽃피우는 것은 저희에게 있어 필연적인 일이고 시대적인 요구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한미일 협력체가 새롭게 구성된 배경에는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이루어진 한일관계 개선이 결정적인 밑바탕이 됐다. 과거사, 영토 문제 등이 얽혀 있는 한국과 일본은 이웃 나라이자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진정한 친구가 되지 못했다. 미국은 한일 양국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한일협정을 체결하여 관계 정상화를 이루도록 나섰고,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측면 지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반일을 정치의 동력으로 삼게 되자 미국도 속수무책이 되었다. 한일관계는 냉담을 넘어 거의 단절에 가깝게 악화된 채 방치되어왔다. 문재인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문제에 대한 판결에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 맞서 지소미아(GSOMIA) 종료 카드를 뽑아들었을 때, 급기야 미국에서 ‘깊은 우려와 실망’이라는 표현이 쏟아져 나왔다.

윤석열 정부는 단기적으로 한일관계를 정상적인 관계로 회복하는 일부터 장기적으로 기반을 강화하는 일 등 많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출범하였다. 한일 갈등은 최고지도자 간 불신과 소통 부재로 악화된 측면이 강하다고 인식하여 정상외교 회복에 주력하였다. 2022년 6월 스페인 마드리드 NATO 정상회의 참석 때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만나 환담했으며, 9월 유엔에 이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하야시 외무대신과 수차례 만나 양국관계 개선과 현안 해결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나누었다. 특히, 한일간 최대 현안인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강화하여 양국관계 개선의 전기를 마련하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금년 3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을 방문하여 기시다 총리와 회담을 하고 정상 ‘셔틀외교’ 복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 및 수출규제 갈등 봉합 등 폭넓은 분야에서 한일관계 개선에 합의했다. 기시다 총리가 5월 7~8일 답방함으로써 한일 ‘셔틀 외교’가 회복됐다. 그리고 G7 정상회의 주최국 일본은 5월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윤석열 대통령을 초청하였다. 이 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역대 처음으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 있는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찾아 공동 참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해외 정상을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미국 국빈 방문과 캠프 데이비드 초대가 성사된 해외 정상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다. 한일관계 개선 및 한미동맹 관계 회복, 그리고 한미일 협력을 위한 윤 대통령의 역할을 평가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은 캠프 데이비드에서 약 8시간 가까이 머물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친근한 관계도 한층 더 깊이 다졌다.

북한의 도발 빈도가 잦아지고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고 있어 한미일 협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일 3자 협력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뿐 아니라, 공급망 불안정, 사이버안보, 기후변화, 국제보건 위기와 같은 새롭게 제기되는 지역 및 글로벌 문제의 해결에도 유용하다. 이번 캠프 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를 통해 한미일은 안보·경제를 망라한 포괄적이고 다층적인 협의체를 구축하여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 협력체로 발돋움하였다. 그리고 북핵 위협 고조와 우크라이나 전쟁, 남중국해 긴장감 등 글로벌 현안에 대처하는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필자소개
주중국대사관 서기관, 외교부 서남아태평양과장, 주상하이 부총영사, 주시안총영사 역임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일대일로(一帶一路)>, <서안 실크로드: 역사문화 기행>, <일대일로와 신북방 신남방 정책>, <대전환기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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