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김재동칼럼]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3.11.20 11: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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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추석처럼, 미국에는 추수감사절이 있다. 추석이면 뉴스 카메라는 고속도로와 공항을 연결해, 실시간 상황을 보도한다. 그럴 때면 현장 취재 기자는 “민족의 대이동”이란 표현을 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이야말로 미국인들의 대이동을 연출해 낸다. 연중 가장 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은 북새통을 이룬다. 동서남북을 잇는 거미줄 같은 고속도로 위에는 귀성 차량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가 제대로 된 추수감사절 저녁(Thanksgiving Dinner)을 먹었던 것은, 미국에 온 이듬해인 1989년이었다. 그때 그 추수감사절을 잊을 수 없다. 결혼 전 나는 아내를 그날 처음 만났다.

추수감사절(Thanksgiving)은 미국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종교박해를 피해, 1620년 메이플라워호(Mayflower)를 타고 신대륙 미국에 도착했다. 이듬해인 1621년 11월 추수를 마친 그들이 감사예배를 드린 것에서 유래한다. 메이플라워호는 잉글랜드 출신 이민자 102명을 미국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주 플리머스(Plymouth)까지 수송한 플뢰위트(fluijt) 선이다. 처음 그들은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이주했으나 그곳에서의 삶 또한 녹록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신세계(New World)를 찾아 다시 길을 떠났다. 그곳이 바로 북아메리카 미국이었다.

급진적 성향의 청교도(puritan)들은 박해의 대상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온건파 청교도들에게도 핍박을 받았다. 그들은 박해를 피해 160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으로 이주했다. 1609년 다시 레이던(Leiden, Netherlands)으로 떠난다. 그곳에서도 핍박을 이겨낼 수 없어, 신세계로 이주할 결심을 하게 된다. 이들은 결국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1620년 신대륙 미국을 향해 떠나게 된다. 이들을 ‘분리주의자들’(The Separatists)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스턴에서 남쪽으로 40마일 떨어진 곳에 플리머스(Plymouth)라는 도시가 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온 영국 이민자들이 첫발을 내디딘 곳이다. 그런데 처음 떠나온 곳도 마지막 도착지도 플리머스이다. 그리운 고향을 기억하기 위해, 북아메리카의 낯선 곳에 고향의 지명을 붙인 것이다.

미국인들은 이들을 ‘순례자의 조상들(The Pilgrim-Fathers)’이라고 부른다. 그들의 신세계 미국에서의 첫해는, 헐벗음과 굶주림의 고난을 겪어야 했다. 다행히 원주민들과 친선을 맺게 되었다. 원주민들은 이주민들에게 작물 재배법과 어떤 작물이 미국토양에서 잘되는지,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었다. 이들은 수확 철에 맞추어 다 같이 모여 음식을 나누고, 추수를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첫 번째 예배를 드렸다.

17세기 말 이전에 추수감사절은 코네티컷주와 매사추세츠주 등에서 지켜졌다. 이 관습은 서서히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으며, 남부지방과 중동부 지방으로 확장되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정치가들은 추수감사절을 각 주(州)의 연례행사로 정하는 문제를 정식으로 토의하게 되었다. 1789년에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이날을 국가 기념일로 선포했다. 이후 지역마다 날짜가 제각기 달랐던 추수감사절을 1863년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통일시켰다. 이날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특별한 음식과 함께 풍성한 수확의 기쁨과 감사를 나누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칠면조, 닭, 버섯 소스, 호박파이, 크랜베리 소스, 고구마 파이 등이다. 각 가정이나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현대의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에는 축하 퍼레이드와 풋볼 게임을 시청하고, 자원봉사를 통해 가난한 이웃을 돕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대표적인 퍼레이드는 뉴욕에서 열리는 메이시스 추수감사절 퍼레이드(Macy’s Thanksgiving Day Parade)이다. 매년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 웨스트와 6번가에서 열리는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약 4백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5천만 명 이상이 집에서 TV를 통해, 각양각색의 장식 차량 행렬과 마칭밴드의 시가행진을 시청하기도 한다.

그 이외에도 필라델피아, 디트로이트, 시카고, 휴스턴, 시애틀 등의 추수감사절 퍼레이드가 볼만하다. 이날을 기점으로 거리에는 구세군 냄비가 등장하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진다. 가정이나 거리에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에 불을 밝히고, 홀리데이(Holiday) 분위기가 조성된다. 1924년부터 연말 시즌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을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고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용어는 소비자들이 크리스마스 쇼핑을 시작함으로써 장부에 흑자(黑字)로 기록되는 날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유래했다. 이날부터 크리스마스 쇼핑 대목을 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진다. 블랙 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Cyber Monday)를 거쳐 성탄절, 신년까지 대대적인 쇼핑 시즌에 들어간다.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임에도 주어진 환경에 감사할 수 있었던 이민자들이, 오늘의 미국을 건설한 것이다. 감사는 고통을 기쁨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1621년 가을 플리머스 정착지에서는, 경작법을 가르쳐준 원주민들을 초대해, 야생 칠면조(turkey)를 잡아 나눠 먹었다. 이후 칠면조 요리는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음식이 되었으며, 이날을 ‘터키 데이(turkey day)’라 부르기도 한다.

*플뢰위트(네덜란드어: fluijt [flœy̯t])는 원래 화물선(cargo vessel)으로 제작된 네덜란드식 범선(sailing vessel)이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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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걸부 2023-11-20 21:35:01
왜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부르는지에 대해서는 사용하면서도 잘 몰랐는데, 이제 이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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