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성탄절(Christmas)
[김재동칼럼] 성탄절(Christmas)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3.12.19 11:1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크리스마스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상술로 얼룩진 돈벌이에 이용되고 있는 것에, 기독교인들은 안타까워한다고 한다. 12월로 접어들면서 시내 중심가를 시작으로 크리스마스 장식과 불빛의 화려함이 극에 달한다. 상가나 백화점들의 그것은 성탄 축하 의미보다는 고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것이다. 이제 크리스마스는 단순히 기독교인들의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성탄절이란 의미를 뛰어넘어, 전 세계인의 가장 큰 명절이자 축제일이 되었다. Christmas(크리스마스)는 Christ(그리스도)와 mass(가톨릭의 미사)를 합한 합성어이다. X-MAS라고도 하는데, X는 그리스어의 XPIΣTOΣ(그리스도) 에서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내가 크리스마스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때로 기억된다. 우리 동네에서 꽤 멀리 떨어진 읍내에 성결교회가 있었다. 어린이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면 점심과 군것질거리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참석하게 되었다. 여름방학이 끝날 무렵, 성경학교도 수료식을 했다. 교회에는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계절이 바뀌어 겨울 방학을 했다. 눈이 하얗게 내리던 어느 일요일, 오빠가 그 교회 전도사였던, 반 친구가 교회에 같이 가자는 제의를 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던 때였을 것이다. 사실 나는 그때까지 크리스마스가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기독교인들은 12월 25일을 예수의 탄생일로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예수가 태어난 날이 언제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한다. 아기 예수는 정말 12월 25일에 탄생했을까? 누가복음에서 예수의 탄생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요셉이 마리아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호적 하러 가니 마리아가 이미 잉태되었더라. 거기에 있을 때 해산할 날이 차서 맏아들을 낳아 강보로 싸서 구유에 뉘었으니 이는 사관(여관)에 머물 곳이 없음이어라.”

당시 로마제국의 황제였던 아우구스투스는, 태어난 곳에 가서 호적을 등록하라고 영을 내렸다. 요셉은 마리아와 함께 베들레헴으로 갔다.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여관방을 구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마구간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날 밤 임신 중이던 마리아가 아이를 낳았는데, 바로 그 아기가 예수 그리스도라는 것이다.

성경에는 예수의 탄생의 정확한 날짜를 기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기 예수가 언제 태어났는지 그 시기를 가늠할 수는 있다고 한다. 예수가 태어날 무렵, 이스라엘 목자들은 밤을 새워가며 들판에서 양 떼들을 지키고 있었다는 기록은 있다. 양들을 들판에서 방목할 수 있을 만큼 춥지 않은 계절임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의 12월 날씨가 양들을 방목할 정도로 따뜻할까? 이스라엘 지역은 겨울철이 우기(雨期)라고 한다. 자주 내리는 비로 인해 겨울철에는 양을 방목하지 않는다. 아라비아 사막의 영향으로 일교차가 커, 밤 기온이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11월 이전에 양들을 축사에 가두어 겨울을 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12월 25일이 크리스마스가 되었을까? 고대 로마인들에게 있어 12월 25일은 매우 의미 있는 날이었다.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였고, 태양신 미트라의 탄생일이었다. 미트라는 274년 로마 황제 아우렐리아누스에 의해 국가 수호신이 되었다. 아우렐리아누스는 그해 12월 25일에 미트라의 신전을 세우고 이날을 태양절로 선포했다. 이후 태양신 미트라를 국가의 수호신으로 섬기는 일은 로마 황제들의 전통이 되었다.

기독교를 공인한 황제 콘스탄티누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가 321년 3월 7일 일요일을 국가의 휴일로 정했으며, 이날을 ‘존경스러운 태양의 날’이라고 선포한 것도 태양 숭배의 전통을 이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태양신 미트라의 탄생일인 12월 25일이 어떻게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이 되었을까. 교회사에 따르면 고대 로마에서는 12월에 세 가지 축제가 있었다. 사투르날리아(Saturnalia), 시길라리아(Sigillalia), 브루말리아(Brumalia) 축제다. 사투르날리아는 12월 24일까지 열리는 축제였다. 로마신화에 나오는 농경신 사투르누스를 기리는 날이다. 이날이 되면 로마 전체가 온통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거리에 나와 축제를 즐겼다고 한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빛’으로 묘사하고 있다. 로마인들이 빛의 신(神)인 ‘미트라’와 빛으로 이 땅에 온 ‘그리스도’를 동일시하기에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로마교회가 여기에 기독교적 의미를 덧입혀 동화시켰다는 설이 지배적이다. 바로 12월 25일 태양신 탄생일과 그리스도의 탄생일을 동일시해 축하했다는 것이다.

195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족적인 명절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종교를 뛰어넘어 미국인들의 98%가 어떤 형태로든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즐긴다고 한다. 선물이나 물질적인 면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퇴색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그 긴 세월 동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세계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한편, 크리스마스 날 어린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산타클로스는 3세기경 지금의 터키 지역에서 태어난 성 니콜라스로부터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미라의 대주교였던 성 니콜라스는 12월이 되면 한 해 동안 착한 일을 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네덜란드와 독일 등 유럽에서는 12월 6일을 성 니콜라스 축일로 기념하고 있다. 이 같은 풍습이 19세기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산타클로스란 이름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현대인들은 12월 25일을 아기 예수가 탄생한 날로 알고 있으며, 그날을 기념하고 축하하며 즐긴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해 창출되는 경제 규모는 천문학적인 숫자라고 한다. 이 수익금에 1%만 떼어 불우이웃을 돕는다면, 크리스마스 취지에 부합하는 좀 더 의미 있는 성탄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사다난했던 2023년 계묘년(癸卯年)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전쟁과 경제위기,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인해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지구촌 사람들, 좋은 일보다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들이 더 많았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아쉽지만 한 해를 마무리할 시간이다. 올해는 우리 모두에게 어려움과 새로운 시작이 공존했던 것 같다. 힘든 시간을 극복하며 성장했고, 소중한 인연들과의 소통으로 풍요로운 순간도 있었다.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했고, 성취한 것들에 기뻐했다. 올 한 해 함께해주신 독자들께 감사의 인사와 함께 고마움을 전한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 푸른 용띠 새해에는 더 큰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독자 여러분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함께하길 기원한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육걸부 2023-12-19 23:23:02
모두에게 따뜻한 연말연시가 되면 좋겠습니다. 메리크리스마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