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미국인과 Super Bowl
[김재동칼럼] 미국인과 Super Bowl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4.02.26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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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들이 있다. 아버지와 아들, 형제나 친구끼리 집 뜰이나 학교, 공원 잔디밭에서 타원형의 미식축구공을 서로 던져, 주고받는 장면 말이다. 영화의 한 장면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미국인들의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할리우드(Hollywood)의 굵직한 블록버스터(blockbuster) 영화 중에 미식축구를 다룬 영화도 많다. 그만큼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는 그들에게 있어 일상이자, 미국인들만의 문화이다. 그중 매년 2월 초에 열리는 슈퍼볼(Super Bowl) 경기는, 추수감사절, 독립기념일, 크리스마스에 이어 미국의 네 번째 명절이라 불릴 만큼, 미국인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밀어 넣는 국민적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칼럼의 제목을 굳이 영어로 Super Bowl이라 표기한 것을, 이미 눈치챈 독자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Super Bowl을 Super Ball로 잘못 이해하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아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이다. Ball/bôl/과 Bowl/bōl/은 발음기호가 똑같아 보이지만 ‘o’자 위에 각자 다른 작은 표시가 있으며, 발음할 때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한국어로 표기할 때 둘 다 ‘볼’로 쓰기 때문에, 그 차이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 ‘사발’ 모양의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경기를 뜻하는 슈퍼볼(Super Bowl)을, 많은 한국 사람들이 슈퍼볼(Super Ball)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나 싶다. 실제 원어민이 발음할 때 집중해서 들어보면 미세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문화를 잘 모르는 한국인들로서는 볼(ball)로 하는 풋볼 경기이니, 당연히 슈퍼볼(Super Ball)로 이해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편, 지난 2월 11일 미국 라스베가스 얼리전트스타디움(Allegiant Stadium)에서 슈퍼볼(Super Bowl) 경기가 열렸다. 2020년 개장한 얼리전트스타디움은 6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BTS와 블랙핑크 등 케이팝 그룹의 대형 공연을 유치해 전 세계에 알려진 스타디움이기도 하다. 이번 경기는 슈퍼볼 역사상 네바다주에서 처음 열린 경기였다. 2022년 개최 도시였던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와 2023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 이어 3년 연속 미국 서부에서 슈퍼볼 경기가 개최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2024 슈퍼볼 LVIII는 2023시즌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의 챔피언을 결정하기 위해 치러진 미식축구 경기였다. 이번 슈퍼볼은 NFC(National Football Conference) 챔피언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San Francisco 49ers)와 AFC(America Football Conference) 챔피언이자 디펜딩 슈퍼볼 챔피언인 캔자스시티 치프스(Kansas City Chiefs)가 대격돌해 미국 프로 풋볼챔피언을 결정했다. 두 번의 연장전 끝에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챔피언 우승컵을 2022시즌에 이어, 연속 두 번을 가져가게 되었다.

슈퍼볼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 속에 경기가 치러진 지 오래다. 특히 슈퍼볼이 한국의 일반인에게 친숙한 스포츠가 된 계기는 이채롭다. 지난 2006년 미국 슈퍼볼 챔피언 결정전에서 MVP로 우뚝 선, 한국계 혼혈 미국인 하인스 워드가 최우수선수로 선정되면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의 지상파 방송과 모든 언론은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각종 방송프로그램과 잡지에서는 그를 인터뷰했고, 그의 성공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앞다투어 내보냈다. 당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하인스 워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미식축구는 영국의 럭비 풋볼(rugby football)이 미국으로 건너와 경기형태나 규칙, 장비들이 변형되면서, 미국만의 고유한 구기 종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미식축구(American football)를 줄여 그냥 풋볼(football)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럭비 풋볼(rugby football)을 럭비(rugby)라고 줄여 부른다. 미식축구, 즉 미국에서 통용되는 풋볼(football)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축구(soccer)와는 다르다. 영국에서는 축구를 사커(soccer)라 하지 않고, 풋볼(football)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사람들에게 사커와 풋볼, 아메리칸 풋볼과 럭비 풋볼, 사이에서 가끔 혼돈을 가져다준다.

통상적으로 축구를 영어로 표현할 때 풋볼(football)과 사커(soccer)를 혼용한다. 공(ball)을 발(foot)로 다루는 종목이라는 의미로 풋볼은 쉽게 이해된다. 그러나 사커라는 단어의 어원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1863년에 정비된 축구 규칙에는 럭비 풋볼(rugby football), 즉 럭비(rugby)를 의미하는 유니언 풋볼(union football)과 구분하기 위해 축구를 ‘어소시에이션 풋볼(association football)’이라고 지칭했다. ‘어소시에이션 풋볼’이라는 명칭이 축약되어 ‘어소시에이션’의 일부인 ‘ssoc-’에다 사람을 뜻하는 어미 ‘-er’이 합해져, 현재 통용되는 ‘사커(soccer)’란 단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슈퍼볼(Super bowl)은 미국인들에게 있어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이자 축제이다. 이 경기를 전후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생산한다. Half-time에는 라이브공연과 개성이 강한 광고로 볼거리를 제공하는데, 많은 유명 Musician들이 서고 싶어 하는 무대 1순위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30초 광고가 7백만 달러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의 광고 경쟁 또한 매우 치열하다. 약 1억 2천만 명의 미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시청하는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천문학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슈퍼볼을 앞둔 주말에는 식료품점(Grocery Market)이나 술 판매점(Liquor Store)은 대목을 맞는다. 가전제품 중 대형 TV가 가장 많이 팔리기도 한다.

슈퍼볼 경기가 있는 당일 저녁은 친구들과 가족이 함께 모여 파티를 즐기며, 자기 팀을 응원한다. 하루 평균 개인 음주량이 가장 높은 날이자, 술 판매량이 평일의 서너 배가 넘는 날이기도 하다. 음주운전 사고가 가장 많은 날이고, 단속이 가장 심한 날 이기도 하다. 닭 날개와 피자가 가장 많이 팔리기도 한다. 슈퍼볼 다음날인 월요일에는, 천 육백 만 명가량의 직장인들이 월차나 연차 등 휴가를 쓰거나 병가 등을 사용해, 출근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슈퍼볼(Super Bowl)은 대형 ‘사발’ 모양의 스타디움에서 치르는, 프로 미식축구 챔피언을 결정하는 경기라는 뜻이다. 이제부터는 슈퍼볼(Super Ball)이 아니라 슈퍼볼(Super Bowl)이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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