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26] 혼일강리도(混壹疆理圖)
[아! 대한민국-226] 혼일강리도(混壹疆理圖)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3.11.25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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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지도는 그것을 그리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지도에 나타난 땅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를 깨닫게 해준다. 세계지도는 그것이 언제 누구에 의하여 그려졌느냐에 따라 당시 세계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알게 해준다. 우리는 언제, 중국과 천축(인도) 외에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1402년, 조선 개국 무렵에 이미 우리는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混壹疆理歷代國都之圖-강리도)를 만들었는데, 거기에는 프랑스 파리, 이태리 로마, 아프리카의 해안선, 나일강의 수원(水源)까지 표시되어 있다. ‘혼일강리’는 혼연일체의 강역이라는 뜻으로 몽골의 세계관을 가리키며, 역대 국도는 역대 국가의 도시라는 의미다.

대한지리학회장을 역임한 양보경 교수에 의하면,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을 나타낸 최초의 세계지도라는 칸티노 세계지도보다 100년 앞서 아프리카 대륙을 그린 동양 최고(最古)의 세계지도가 강리도라는 것이다. 이 지도야말로 중국과 유럽, 그리고 이슬람의 지리학과 몽골제국의 세계적 시야, 한민족의 지적 능력이 융합된 세계적 문화유산이라는 것이다. 강리도 하단에 적혀 있는 참찬 권근이 쓴 발문에 의하면, 이 지도는 1402년 8월(음력) 당대 의정부 좌·우의정이 합심해 만든 지도로, “이 지도를 보고 지역의 원근을 아는 것은 통치에 도움이 되며 문밖을 나가지 않고도 천하를 알 수 있다”면서, 특별히 우리나라는 크게 그리고, 일본은 덧붙여 지도를 완성했다.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혼일강리도

실제로 강리도에는 세계사에서 신대륙 발견 이전, 당시 인류가 알던 세상의 거의 모든 지리 정보가 담겨 있다. 동일한 축척을 쓰지 않아 한반도와 중국이 크게 그려져 있지만,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의 해안선은 현재의 위성 지도와 비슷하다. 유럽과 아랍의 지명(地名)도 두루 나와 있고, 기원전 280년경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세워진 파로스 등대도 명승고적으로 표시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중국 중심의 지도에 우리나라를 끼워 넣어 재구성한 느낌이 들지만, 중화론을 뛰어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는 한민족의 세계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강리도를 처음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일본 쪽이었다. 강리도의 존재가 가장 먼저 알려진 것이 1910년 교토에서였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강리도가 일본으로 건너간 시기가 임진왜란 무렵으로 보고 있다. 강리도의 원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지만 4개의 사본이 일본에 있다. 1481~1486년 조선에서 모사되어 일본으로 건너간 류코쿠 본이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발견 당시 커다란 족자 형태로 비단 위에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크기는 가로 171.8cm 세로 164cm였다. 한국에선 1960년대에 처음 그 존재가 알려졌고, 80년대 이후 류코쿠 본을 모사해 서울대 규장각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한 바 있다.

강리도가 세계적으로 크게 알려진 것은 1982년 미국 워싱턴DC 국립미술관에서 열린, 컬럼버스 항해 5백주년 기념행사를 통해서였다. 전시회 도록에 소개문을 쓴 개리 레드야드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15세기 유럽에서 만든 지도 중에 강리도 만큼 잘된 지도는 없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당시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완벽하고 오래된 세계지도”라고 평했다. 이 지도가 정화(鄭和)의 대원정(1405-1433)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통설이다.

강리도가 만들어진 건 조선 건국 직후의 일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지리 정보는 이미 그 이전의 고려인들이 모아 놓은 것이었다. 고려는 아라비아 상인까지 드나들던 개방 국가였고 여기에 세계제국을 이룩한 몽골의 세계인식이 합쳐져 강리도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1402, 강리도』는 김선홍 전 주칭다오 총영사가 17년간의 연구 끝에 2022년 10월에 펴낸 책으로 한 번쯤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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