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대한민국-229] 바티칸의 김대건 신부 성상
[아! 대한민국-229] 바티칸의 김대건 신부 성상
  •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 승인 2024.02.24 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정남(본지 고문, 전 청와대 사회교육문화수석)

2023년 9월 16일, 바티칸에서 김대건 신부 성상이 축성식을 마치고 일반에 공개되었다. 이날은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지 꼭 177년이 되는 날이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오른쪽 외벽에 있는 4.5m 높이의 대형 벽감(벽면을 안으로 파서 만든 공간)에 설치된 이 성상의 주변에는 프란치스코 성인과 도미니코 성인의 조각상이 있다.

카톨릭 세계의 중심인 로마 바티칸에 동아시아 성인의 상이 세워진 것이 처음으로, 수도회 창립자가 아닌 성인의 상이 대성당의 벽에 설치된 것도 처음이다. 성상은 높이 3.7m, 너비 약 1.8m의 전신상으로 사제의 전통복식인 수단 대신 갓과 도포 등 한국의 전통의상을 착용하고, 미사 때 쓰는 영대(領帶, stola)를 목에 둘러 한국인 성직자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성상 제작 역시 한국의 중견 조각가 한진섭이 맡았다. 이로써 한국의 김대건 신부(1821-1846)가 산, 희망과 용기로 가득했던 25년의 삶이 전 세계 카톨릭의 본보기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1837년 6월 7일, 세 명의 한국인 신학생이 마카오의 파리 외방전교회 극동대표부에 도착했다. 한양을 출발한 지 6개월 만이었다. 만주에서 북경을 거쳐 남쪽으로 중국 대륙을 종단하는 9천리(3,600km)를 걷는 사이에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세 명의 신학생은 김대건 안드레아와 동갑내기 최양업 토마스, 이들보다 한 살 위의 최방제 프란치스코였다.

불행히도 최방제는 풍토병에 걸려 그해 11월 세상을 떠났고, 남은 두 사람은 1844년 12월, 신학교를 졸업하고 부제(副祭)가 되었다. 외향적 성격의 김대건은 부제 신분으로 조선에 들어와 전교하다가 제3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된 페레올 주교를 입국시키기 위해 황포 돛배를 타고 서해를 건너 상하이로 가서, 거기서 조선인으로는 처음 천주교 사제 서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김대건은 서양 학문을 배웠고, 라틴어와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했으며, 서양의 항해술과 측량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1845년 8월,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는 작은 배를 타고 귀국길에 오르지만 거센 풍랑을 만나 28일간의 표류 끝에 제주도 용수리 해안에 닿는다. 28일간의 표류 끝에 도착해서 10여 명의 동행자와 첫 미사를 봉헌한 뒤, 용수리 포구에서 배 수리를 마치고 길을 떠나 충남 강경으로 떠났다.

이후 천신만고 끝에 한양으로 돌아와 조선의 백령도 입국로를 개척하는 등, 그의 모험적 활동이 조선당국에 발각되어 1846년 6월, 그는 사학죄인으로 체포되면서 그의 사목활동은 1년도 안 되어 끝났다. 참수 전 3개월간 옥중에서 세계지리개략을 편술했고, 세계지도의 번역작업도 했다. 이는 조선 대신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그의 손길이 닿은 지도는 헌종에게 헌정되었다고 한다.

일부 대신들이 해외문물에 박학다식한 김대건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그는 끝내 1846년 9월 16일, 한강변 새남터 모래사장에서 처형되었다. 헌종실록 제13권에는 ‘사학죄인 김대건 효수’ 기록이 나온다. 죽음을 각오한 그의 신앙과 도전정신이 마침내 한국 천주교의 길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천주교의 박해시대는 김대건의 순교 40년만인 1886년 조선이 프랑스와 수교하면서 막을 내렸다. 그보다 앞서 김대건 신부는 순교 11년만인 1857년에 교황 비오 9세에 의해 가경자(可敬者)가 됐고, 1925년 비오 11세에 의해 복자(福者-성인 후보)가 되었으며, 1984년 5월 교황 바오로 2세가 한국천주교 전래 200주년을 기념해 방한했을 때, 순교자 103인과 함께 성인으로 선포되었다.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성 베드로 대성당 외벽에 설치됨으로써 한국인의 성지순례 코스가 하나 더 늘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