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애틀랜타 중앙일보의 ‘재외선거관 타박’… “선거법 무시하고 광고 실어서야”
[수첩] 애틀랜타 중앙일보의 ‘재외선거관 타박’… “선거법 무시하고 광고 실어서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24.03.15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외선거 망쳐서는 안돼… 선거 관련 광고 게재에 조심해야
이종환 월드코리안신문 대표

얼마 전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 총회 참석차 태국을 갔을 때였다. 총회를 마치고 관광을 하는데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질문을 했다.

“태국은 대마초가 흔합니다. 대마초 그림을 그려놓고 대마초 음료를 파는 카페도 많습니다. 태국 군부에서 허용을 했습니다. 한국 사람이 태국 와서 대마초를 피우거나 대마초 음료를 마시고 한국으로 가면 걸릴까요? 안 걸릴까요?”

가이드가 잠시 기다리다 스스로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안 잡히면 안 걸리지만, 잡히면 걸린다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최근 애틀랜타중앙일보가 올린 ‘기자수첩’을 보면서 이런 기억을 떠올렸다. ‘불합리한 선거제도와 담당영사의 무례’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최근 애틀랜타 총영사관(총영사 서상표)의 김낙현 선거영사가 본사에 전화해서 신문에 게재된 ‘해외동포 세계지도자협의회’ 광고에 대해 이것저것 따져 물었다. 광고 내용은 즉, ‘한국의 4·10 총선에 협의회의 김xx 이사장을 비례대표 후보로 적극 지지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글은 우리 재외선거의 문제점 지적으로 이어졌다. “재외동포청까지 출범했는데 국회에 비례대표 의원 1명이 없다” “애틀랜타 총영사관 관할 구역이 한국의 10배 크기이지만 투표소는 고작 4곳뿐이어서, 투표하기 힘들다” 같은 내용이었다.

그리고는 “이런 불합리한 선거제도를 운영하는 담당 영사의 자세 또한 보기 드문 ‘일방통행’이다”라면서, “문제의 광고가 게재된 뒤 김 영사는 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마치 수사관인 양 이것저것 캐묻고 따지고 들었다”고 핀잔을 주었다.

이 글은 “선거영사가 ‘전에 공문을 보냈는데 못 봤느냐, 왜 준수하지 않느냐’며 추궁하는 어이없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적인 사업 환경에서 운영하는 동포 언론사에 공문 하나 보내 ‘왜 안지켰느냐’는 식의 말투가 몹시 거슬렸다고 광고담당 직원이 불만을 토로했다”고 적었다.

애틀랜타중앙일보는 또 “김 영사는 그것도 모자라 ‘광고비는 얼마를 받았느냐, 담당자가 누구냐, 디자인은 누가 했냐’는 것까지 캐묻고, ‘다음에 이런 일이 있으면 먼저 자기에게 연락하고 자문을 구하라’고 엄하게(?) 지시했다고 한다. 선거담당 영사가 한국의 선거제도를 설명하고 양해와 협조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수사관이 취조하듯 해서 더 불쾌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선거철이 되면 중앙선관위에서는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선거규정’에 대해 소개를 한다. 언론사가 자칫 규정을 어겨 선거법 위반이 되는 광고를 하거나 인터뷰 등을 할 경우에는 언론사보다는 후보자한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선거법 위반이면 당선이 무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틀랜타도 마찬가지다. 재외선거에도 한국의 선거규정이 적용된다. 중앙선관위에서 애틀랜타에 파견된 선거영사(재외선거관)는 이를 홍보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경우 알아볼 책무가 있다.

애틀랜타중앙일보는 한국 중앙일보가 직영하는 회사다. 한국에서 지사장이 파견된다. 이런 언론매체가 선거법 저촉 소지가 있는 광고를 실어놓고, 게재과정을 묻는 선거관의 태도를 ‘수사관 같다’면서 꼬집기만 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에서도 선거 관련한 광고는 선관위에 먼저 묻는 게 원칙이다. 미국이라고 해서 재외선거를 치르는 이상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는 후보가 이 내용을 언론사보다 더 신경 쓴다.

선거 때는 재외선거관의 얘기를 잘 들어야 한다. 광고 받아 잘 실어서 비례대표를 당선시켰는데, 광고 때문에 당선무효가 되면 더 큰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애틀랜타중앙일보도 “미국 땅인데…” “한국 선거법 잘 모른다”고 하면서 재외선거관의 무례를 탓하기 보다는 성실하게 답을 하는 게 재외선거를 망치지 않는 일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올림픽로35가길 11(한신잠실코아오피스텔) 1214호
  • 대표전화 : 070-7803-5353 / 02-6160-5353
  • 팩스 : 070-4009-2903
  • 명칭 : 월드코리안신문(주)
  • 제호 : 월드코리안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 10036
  • 등록일 : 2010-06-30
  • 발행일 : 2010-06-30
  • 발행·편집인 : 이종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호
  • 파인데일리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월드코리안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k@worldkorean.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