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의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 이곳에서는 중학생 이상의 아이들은 남녀가 한 장소에 있을 수 없고, 식당에서도 가족섹션과 남성섹션이 구분된다. 외국인일지라도 예외 없이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교사와 간호사, 비행기 승무원뿐이다. 11일 재외동포한글학교교사 초청연수 현장에서 만난 김계숙 젯다한글학교 교사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모습을 전했다. 그는 최근에는 사우디 여성들이 슈퍼마켓에서 경리의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은 불과 1~2년 전부터 바뀌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폐쇄적이고 제한적인 국가인 탓에 사우디아라비아 아이들에게 학교는 놀이터지요.” 학교, 집, 교회만 허락되는 환경. 학교 밖에서는 아이들이 모여 놀 곳도, 할 것도 마땅치 않은 탓에 아이들은 학교를 또래 친구들을 만나 놀 수 있는 놀이터로 여긴다. 공부는 미뤄두더라도 아이들이 또래집단 생활을 할 수 있고, 생동감을 불어넣어주는 장소라고. 이러한 나라의 특수성 때문에 다른 여느 국가에서 자라는 아이들보다 훨씬 순수하고 때 묻지 않았다는 것이 김 교사의 설명이다.
젯다한글학교에는 60명 정도의 학생이 있다. 그 중 약 30명 정도는 현지 아랍인으로 10대 후반~20대의 성인들이다. “한류 열풍의 영향도 있고, 한국에서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요. 사우디는 장학제도가 잘 되어 있어 현지에서 장학금을 받아 한국에서 공부할 생각인 것이죠.” 이 밖에 ‘퀴즈 온 코리아’를 목적으로 공부하는 학생도 있고, 한국 기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도 있다. 성인반의 경우, 남자반과 여자반을 따로 운영한다.
현지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남편을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활한지 20년. 한국학교 교사였던 그는 한글학교가 생기면서 한글학교 교사로 옮겨왔다. 한국학교에는 현재 한글학교 학생 수보다 적은 열댓명의 학생들이 다닌다고 했다. “사우디에는 주로 주재원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서 짧게 머무르다 갑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빨리 영어를 배우게 하려는 목적으로 한국학교가 아닌 국제학교에 주로 보내죠.” 김 교사는 영어권 다른 여느 국가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한글이 아닌 영어를 중시하는 교육을 안타까워했다.
“선생님들은 학교가 아이들의 놀이터라는 사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정말 열정적으로 열심히 가르쳐요. 하지만 패쇄적인 나라에 살다보니 아이디어 같은 것이 경직돼있을 수 있죠.” 그는 교사들이 새로운 것들을 배워 새로운 아이디어로 아이들에게 교육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아이들한테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주고 싶은데 그렇게 하기가 어려워요. 재단 차원에서 새로운 교구 같은 것도 보내주고, 교사들에게 수업해준다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 텐데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