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승의 붓을 따라] 꿈속의 버킷 리스트
[이영승의 붓을 따라] 꿈속의 버킷 리스트
  • 이영승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 승인 2021.11.22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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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딘 스테어’는 미국의 켄터키주 두메산골에 살았던 무명 시인이다. 스테어 할머니가 85세 때 쓴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란 시가 1993년 출간되자 수많은 독자들로부터 선풍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일약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이번에는 더 많이 실수하리라
느긋하고 유연하게 살리라
그리고 좀 더 철없이 굴리라
되도록 심각해지지 않고
보다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리라 / 이하 생략

한세상 살다보면 여한(餘恨)이 없는 사람 누가 있으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시에 공감하는 이유는 아마도 인생은 한 번밖에 살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최근 이 시를 읽고 구절구절마다 감동을 받았으며 지나온 내 인생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인생을 다시 살 수는 없다. 후회가 덜한 삶을 사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남은 세월만이라도 자기 의지대로 한 번 살아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할까? 이 화두를 머리에 이고 고뇌의 나날을 보내다 드디어 방법을 하나 찾았다. ‘가장 살고 싶은 곳을 한 지역씩 선택해 1년간 돌아가며 혼자 살아보기’이다. 실은 이 과제는 오래전 내가 10개의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를 만들어 실행하려다 아직까지 이루지 못한 것 중 하나이며 지금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이라 했다. 홀로서기를 위해서라도 한 번쯤 다시 시도해보고 싶어졌다. 시행 기간을 얼마로 하며 행선지를 어디로 할 것인지는 미리 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 또한 나를 구속하게 될 것이니 진행하면서 상황에 따라 계속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다음 행선지도 그때 가서 정하면 될 일이다. 우선 두 지역을 가정(假定)해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첫 행선지는 제주도이다. 먼저 바다가 보이고 작은 귤 밭도 딸린 아담한 집 한 채를 임대할 것이다. 그동안 몇 군데 밖에 가보지 못한 올레길을 계절별로 다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전복과 문어 등 각종 해산물을 원 없이 먹을 것이다. 날씨가 좋은 날은 바다로 나가 낚시로 직접 잡은 물고기로 회를 뜨고 매운탕도 끓일 것이며, 한 번쯤 가족을 초청해 구석구석 좋은 경치를 구경시켜 주고 싶다. 봄과 가을에는 골프 마니아 지인들을 초청해 함께 즐길 것이며, 그때는 옥돔구이와 흑돼지 요리 등 푸짐한 상을 차리고 각종 주류도 넉넉히 준비하리라.

다음은 산이 높고 계곡이 맑은 강원도로 가고 싶다. 속초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설악산 기슭에 아담한 집 한 채를 마련해 설악의 4계절을 철따라 만끽하고 싶다. 아침마다 붉게 떠오르는 동해의 해돋이를 바라보며 기를 받고, 여름에는 금빛 백사장 속초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며, 수시로 해안도로의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드라이브도 하고 싶다. 아니면 숲이 울창한 영월이나 정선의 두메산골도 좋을 것 같다. 오두막 한 채를 빌려 법정스님이 걸었던 무소유의 길을 실천하며, 혼탁한 세상을 등지고 자연인이 되고 싶다. 철새들의 노래 소리에 취해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피곤이 찾아들면 하시라도 오수를 즐기리라. 아무리 지식이 많고 경제적 여유가 있은들 이를 즐기지 못하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구름같이 흘러가는 짧은 인생, 내 의지대로 한번 살아보겠다는데 어느 누가 막으랴.

문제는 언제부터 결행하느냐이다. 과연 내게 그런 용기가 있는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자문해 본다. 물론 내가 당장 결행을 선언하고 홀로 봇짐을 싼다 해도 막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동안 속세와 맺은 얽히고설킨 인연을 수년간 단절하면서까지 결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이일을 어찌하랴?

‘버킷 리스트’ 영화를 보면, 가난하지만 평생 가정을 위해 헌신한 ‘카터’와 백만장자로 자수성가했으나 성격이 괴팍해 주변에 사람이 없는 ‘잭’이 6개월~1년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다.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둘은 우연히 같은 병실에서 만나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함께 시행하기로 결의한다. 병마를 이겨내며 11개 리스트를 극적으로 모두 마친다. 그들은 아마도 여한이 없는 임종을 맞았을 것이다. 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위대한 삶인가!

내 나이 고희를 지났으나 사지가 멀쩡하니 그들에 비하면 아직 기회는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내가 그 꿈을 버리지 않는 한 언젠가는 이루어질 것이다. 설령 이루지 못한다 해도 그 꿈을 안고 사는 한 후회가 덜한 인생을 살 수 있으리라.

필자소개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2014)
한국 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수필문학 추천작가회 이사
전 한국전력공사 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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