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 ㊴] ‘구름이 무심탄 말이’와 ‘소금·1’
[우리 시조의 맛과 멋 ㊴] ‘구름이 무심탄 말이’와 ‘소금·1’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3.08.07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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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구름이 무심탄 말이
- 이존오

구름이 無心탄 말이 아마도 虛浪하다 
中天에 떠 있어 任意로 다니면서
구태여 光明한 날빛을 따라가며 덮나니

이존오(李存吾, 1341~1371)의 호는 석탄(石灘)이다. 신돈(辛旽)의 횡포를 보고 탄핵하다 왕의 노여움을 사 좌천된 후 고향인 공주 석탄에서 은둔 생활하다 울화병으로 사망한 이로 사후에 대사성에 추증되었다. 고려 말 승려 신돈이 공민왕의 총애에 힘입어 진평후라는 관직을 받고서 나라를 어지럽게 하므로 이를 통탄하여 풍자한 시조이다. 구름이 아무런 사심이 없다는 말이 빈말이 것 같다. 중천에 떠다니며 제 마음껏 환한 햇빛을 덮고 있으니 한심하다는 시조로 햇빛(공민왕)을 가리는 간신 신돈을 구름에 비유하여 그 횡포를 읊은 시조로 풍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현대시조

소금·1
- 조주환

살아 푸르게 끓던 
피와 살은 다 빠지고
깨진 유리조각 같은 저 투명한 물의 뼈가
마지막 지상에 남아 
혼의 불로 타고 있다.

조주환(曺柱煥, 1946~)은 1979년 시조문학, 1984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나온 시인이다. 바다는 살아 푸르게 끓는 거대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요동치는 결기를 가지고 있다. 그런 바다도 햇살에 의하여 바다의‘피와 살’인 물기가 증발하여 앙상한 모습으로 ‘깨진/ 유리조각 같은/ 저 투명한/ 물의 뼈’만 남는다. 즉 소금의 알갱이가 되어 이 지상에 남아 최후의 혼의 불을 태우고 있다. 구상적인 사물의 모습을 관념적 추상적인 언어로 환치 은유하여 사념의 깊이를 더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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