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미희의 음악여행 ㊽] 스타카토, 스피카토, 슬러… 다양한 바이올린 연주법
[홍미희의 음악여행 ㊽] 스타카토, 스피카토, 슬러… 다양한 바이올린 연주법
  • 홍미희 기자
  • 승인 2023.08.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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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사진=위키백과]

(서울=월드코리안신문) 홍미희 기자    

악기를 배운다는 것, 심지어 잘한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인내,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아름답기만 한 그 소리 속에는 수백 번, 아니 수만 번 똑같은 음을 내고 똑같은 손가락의 모양으로 노력한 땀이 들어있다. 내가 어릴 때부터 악기를 배우면서 선생님께 늘 들었던 이야기는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남이 알고, 일주일을 연습하지 않으면 모두가 안다”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아내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청중이 안다”는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을 살짝 바꾼 것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어린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아내’가 아닌 ‘남’으로, 게으른 나를 위해서는 ‘사흘’이 아닌 ‘일주일’로 바꿔서 말씀하셨다. 악기의 연습은 천재도 피해갈 수 없었다. 베토벤의 아버지는 어린 베토벤을 방에 넣고 밖에서 문을 잠그고 피아노 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악기는 연습이라는 숙명적인 동반자를 가진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많은 악기 중 바이올린은 특별한 섬세함으로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한다. 피아노의 경우 이미 조율돼 있어서 그냥 건반을 누르면 되지만 바이올린은 악기를 연주하는 본인이 조율해야 한다. 이 조율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경우 아무리 연주를 잘해도 그 소리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소음에 불과하다. 또 소리를 만드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에 비해 바이올린은 활을 사용하고 그 활과 현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지점이 정확해야 좋은 소리가 난다. 이렇게 소리를 만들기 위해 활 연습만 몇 달씩 하고 나면 바이올린은 자연스럽게 지겨운 악기가 되어 그만두는 수순을 밟는다. 옛날 사람들이 바이올린을 ‘깽깽이’라고 불렀던 이유가 다 있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사진=위키 백과]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사진=위키 백과]

피아노는 개인이 조율하지도 않고 소리를 만들지도 않는다. 누구나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난다. “고양이가 건반을 밟는 소리와 피아니스트가 치는 소리는 다른지?”라는 질문을 본 적이 있다. 답은 “다르지 않다”였다. 그리고 “똑같은 강도로 똑같은 건반을 누를 경우”라는 전제를 붙였다. 이어서 “한 개의 음은 같을 수 있지만, 연속으로 의도하여 음악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다. 피아노의 장점은 여러 개의 음을 한꺼번에 소리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수평적으로 흘러가는 선율을 연주하는 바이올린과 달리 수직적이고 조직적인 사고를 하게 만든다. 그래서 현악기나 성악을 하는 경우 절대음감보다는 상대음감을 더 많이 가지게 되고, 피아노의 경우 절대음감이 더 많이 형성된다는 의견도 있다.

바이올린은 중세시대에 ‘비올’이라 해서 하나의 현악기 종족으로 존재하였다. 그러던 것이 바로크 시대에 들어서면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으로 나뉘었다. 바로크 시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인 시대였다. 요즘 사용하는 것과 같은 장조, 단조가 만들어지고 푸가와 인벤션 같은 음악의 형식과 콘체르토(협주곡)가 나타났다. 또 사람의 목소리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중세시대와 달리 악기의 발전이 두드러졌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피아노도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최초의 피아노를 만든 ‘크리스토포리’는 이탈리아 사람이었고,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과르넬리’와 같은 바이올린 역시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다. 이 악기들이 만들어진 크레모나와 과르넬리 지방에는 아직도 바이올린 공방이 많이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악기의 제작은 이탈리아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바이올린 활[사진=마틴 스완 바이올린 홈페이지]
바이올린 활[사진=마틴 스완 바이올린 홈페이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활로 현을 긋는 것이지만 그 외에도 연주법은 다양하다. 활로 연주하는 것은 arco(아르코)라 하고, pizz(피치카토)라는 표시가 있으면 활을 손에 쥐고 손가락으로 현을 뜯어야 한다. 이렇게 소리 낼 경우 여리면서도 기타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피치카토로 연주한 대표적인 곡은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2악장이다. 궁정악장의 경우 군주가 휴가를 가면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그 휴가지까지 따라가서 여흥의 음악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을 먹고 와서 음악을 들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귀족들을 보자 “어디 한 번”하는 마음으로 작곡한 곡이 ‘놀람 교향곡’이다.

원래 교향곡의 2악장은 느리고 조용한데 이 곡의 경우 특히 더 조용하게 시작된다. 관악기와 타악기는 모두 쉬고 현악기만 아주 작게 피치카토로 현을 뜯으며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냐고?” 다 같이 한꺼번에 포르시티모의 큰 소리로 ‘꽝!!’하고 연주할 순간을~ 그 순간에는 피치카토로 연주하던 현악기도 활을 쓰고, 쉬고 있던 관악기도 모두 동참하며, 모든 타악기 심지어 심벌즈까지 최대한 낼 수 있을 만큼 크게 소리를 낸다. 그 순간 졸고 있던 귀부인과 사람들이 의자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장난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음부터는 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하니 말이다.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프란츠 요제프 하이든

바이올린의 활을 사용하는 주법은 스타카토, 스피카토, 슬러, 마르카토 등 다양하다. 또, 활의 털이 아닌 나무 부분으로 현을 두드려서 소리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손가락을 살짝 현 위에 올려 가볍게 공명시키는 하모닉스도 있다. 선생님께서는 “활은 네 손이 길어진 거라고 생각해라. 활은 손의 연장이다. 왼손보다 오히려 오른손 활이 소리에 더 영향을 끼친다”고 말씀하셨다. 어느 정도 활을 쓰는 것이 익숙해지고 소리가 안정되면 ‘비브라토’를 연습한다. 손가락을 현에 올리고 움직여 음에 울림을 주는 것이다. 노래할 때의 ‘바이브레이션’이나 가야금의 ‘농현’과 비슷하다. ‘비브라토’를 사용하게 되면 소리에 깊이가 생긴다. 처음에 비브라토를 연습할 때 벽에 악기를 기대고 손가락을 움직여 연습하던 것이 생각난다. 이런 다양한 연습을 통하여 좋은 소리가 만들어지고 기초가 쌓이면 그때에서야 비로소 ‘곡’을 받는다.

그렇게 처음 받았던 곡인 ‘라 폴리아’, ‘모차르트 협주곡’ 등은 아직도 생생하다. 드디어 내가 이 곡을 연주하는구나 싶어 마음이 떨렸다. 그 시절은 악보의 원본을 구하기도 어려워 선생님의 악보를 복사해서 사용했고, 선생님께서는 그 악보에 활의 방향과 소리의 크기 등을 표시해 주셨다. 레슨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한없이 들여다보았던 그 음표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기호 중 일부이다.

1808년 빈에서 펼쳐진 하이든 콘서트(천지창조)[사진=위키백과]
1808년 빈에서 펼쳐진 하이든 콘서트(천지창조)[사진=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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