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정책 ‘로드맵’ 분석④]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있다… 재외동포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재외동포청
[재외동포정책 ‘로드맵’ 분석④]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있다… 재외동포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재외동포청
  • 최병천 기자
  • 승인 2023.10.1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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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사회 맞춤형 동포정책 요청
미국은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 오랜 기간 제기
러시아·CIS는 고려인·사할린동포, 중국은 조선족동포 지원 요청

재외동포청이 출범 100일을 맞아 지난 9월13일 재외동포정책 로드맵을 발표했다. 기자간담회 형식으로 이뤄진 이날 발표회에는 이기철 재외동포청장, 최영한 차장, 오진희 기획조정관, 김민철 대변인, 강복원 교류협력국장도 참석했다. 발표는 이기철 청장이 맡았으며, 이후 기자들과의 질의문답이 오갔다. 재외동포청이 발표한 재외동포정책 로드맵을 시리즈로 소개한다.<편집자주>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최병천 기자

재외동포청이 추진해야 할 향후 재외동포정책에 대해 동포들과 전문가들은 어떤 제언들을 했을까? 재외동포청은 출범과 함께 한편으로는 조직을 구성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정책 과제 조사를 위해 재외동포간담회와 전문가 의견 수집에 나섰다. ‘우문현답’이라는 이기철 청장의 캐치프레이즈를 듣고서였다. ‘우문현답’은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이다.

이기철 청장은 6월에는 윤 대통령의 프랑스 베트남 순방을 맞아 현지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졌고, 또 8월에는 히로시마와 도쿄에서도 동포간담회를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히로시마에서 열린 G7 회의에 초청받아 참여했으며, 이때 히로시마 원폭피해 동포 가족들을 만나 한국에 초청하기로 약속했다. 이 약속은 윤 대통령이 9월 27일 히로시마 원폭피해 가족들을 초청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찬을 갖는 것으로 실행에 옮겨졌다.

이기철 청장은 또 재외동포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미국을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8월 뉴욕과 워싱턴DC, LA를 방문해 동포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같은 ‘우문현답’ 행보는 향후 중국 독일 베트남 호주 등 다양한 지역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 의견들도 빠르게 수집했다. 재외동포청은 국내외 동포문제 전문가들과 별도 회동을 갖고 정책 수립의 기본 골격으로 짰다. 그 결과물이 9월 13일의 재외동포정책 로드맵으로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9일 원자폭탄에 피해를 입은 재일동포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9일 원자폭탄에 피해를 입은 재일동포들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사진=대통령실]

재외동포청이 로드맵에서 밝힌 동포사회와 전문가들의 의견 요지는 크게 6가지로 대별된다. 우선 재외동포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에 지속적으로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재외동포청이 이를 실천하는 ‘낮은 문턱’을 가져달라는 뜻이다.

또 하나는 차세대 정체성 함양에 힘을 쏟아달라는 주문이다. 이 같은 내용은 프랑스와 베트남, 일본, 미국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빠짐없이 나온 내용이었다. 동포사회가 성숙해 가면서 현지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차세대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들이 모국에 대한 정체성을 갖고 현지에서 자신 있게 살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세 번째는 맞춤형 동포정책에 대한 요청이었다. 재외동포들은 지역에 따라 다양한 환경에 놓여있다. 미국의 경우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도 오랜 기간 제기돼 왔다. 또 입양된 동포들도 미국과 캐나다, 유럽 각국에 퍼져 있다. 이들은 이미 3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CIS에는 고려인과 사할린 동포가 있으며, 중국에는 재중조선족 동포가 있다. 이들의 환경은 각기 다르며, 이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동포들에 대한 국내인식 문제다. 특히 중국의 조선족 동포들은 한국에 진출하면서 상대적인 편견에 시달려 왔다. 이들은 만주지역에서 독립운동의 근거지를 제공했고, 또 독립운동에 기여한 가족들도 적지 않다. 중국 공산화 이후에는 자체적으로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유지해왔고, 또 최근 들어서는 중국 경제의 발전과 함께 재중동포 기업인들의 경제 사회적 실력도 빠르게 강화됐다. 하지만 재중동포들을 보는 한국 내의 시각은 아직 과거에 머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등 다른 지역에 나간 동포들에 대해서도 국내의 시각은 그리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한국이 어려울 때 모국을 등지고 나갔다는 시각도 국내 일부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미국 일본 등 해외 각지의 동포들은 모국이 경제위기로 어려울 때 달러 보내기를 했고, 재일동포들은 한국의 현대화에 산업 경제 문화 등 다방면에서 크게 기여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왼쪽 사진)이 8월 8일 미국 뉴욕에 있는 더큰집 식당에서 미국 동북부 한인사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사진=미국 동북부한인회연합회]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왼쪽 사진)이 8월 8일 미국 뉴욕에 있는 더큰집 식당에서 미국 동북부 한인사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사진=미국 동북부한인회연합회]

일본 내 한국공관 10개 중 9개가 재일동포들의 기증으로 세워졌고, 88올림픽 때는 무려 100억 엔(현재 1천억 원 상당)을 모국에 기부했다. 한국이 구로와 마산 등지에 수출자유지역을 조성해 수출입국을 할 때 한국 투자한 앞장선 이들도 재일동포들이었다.

제주도에 귤밭을 조성해 제주를 귤의 섬으로 만드는데 앞장선 것도 이들이었고, 전국적으로 나무 심기 운동이 펼쳐질 때 편백 나무 등 많은 나무를 보내와서 모국의 산하를 푸르게 만드는 데에도 크게 기여를 했다.

무려 2만 명에 이르는 파독광부간호사들은 한국 경제개발의 종잣돈 역할을 했다. 이런 기여는 제대로 평가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재외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아 동포들에 대한 국내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도 제기됐다.

또 하나는 재외동포들의 국내 체류나 정착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 오래 거주하다보니 한국의 법과 제도가 상대적으로 낯선 데다, 정책적 배려도 촘촘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들을 돕는 전담부서 설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끝으로 예산문제다.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재외동포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한국 제품과 한류가 해외에 빠르게 확산한 데도 현지 동포들의 역할이 적지 않다. 이들은 코리안페스티벌, 김치축제, 코리안 나잇 등 다양한 행사를 각지에서 개최하며 한국의 국격을 올리는데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해외 차세대의 한글과 정체성 교육을 위해서도 충분한 예산이 배정되어야 한다. 해외에서 태어나 자라는 차세대를 향후 글로벌 중추국가로 나아가는 동반자로 삼기 위해서는 모국의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 출범한 재외동포청은 이 일들을 위해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는 게 동포사회와 전문가들의 조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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