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사자성어] 홍운탁월(烘雲托月)
[미학의 사자성어] 홍운탁월(烘雲托月)
  • 하영균(상도록 작가)
  • 승인 2020.08.18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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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운탁월(烘雲托月)은 동양화의 화법 중 하나다. 그 뜻을 풀이하면 홍(烘)이라는 글자는 ‘부풀리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구름을 그리면 저절로 달이 드러난다는 의미이다. 달을 그리기 달을 일부러 그려 넣을 필요가 없다. 이 말은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니는데 목적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목적하는 대상을 만들거나 환경 조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을 통해서 이룬다는 의미이다.

상당히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더 강한 메시지와 이후 일어날 다양한 정치적 의미를 해석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 이런 방법으로 조선 500년 동안 정치적인 지형을 형성했다. 수 없는 당쟁의 다양한 이유가 이런 이유로 사화가 발생하고 수 없는 사람들이 죽어 가기도 했고 귀양을 가기도 했다. 핵심은 바로 그 목적하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 주변을 통해서 드러나게 한다는 의미이다. 

서양에서 달을 그린다고 하면 달의 색을 직접 그려 넣는다. 어두운 부분은 어두운색으로 밝은 부분은 밝은색으로 표현하는 직접 화법을 사용한다. 하지만 동양의 화법은 달랐다. 여백을 드러내면서 그 여백을 통해서 표현한 것이다. 구름을 그리고 그 구름이 둥그렇게 비워진 곳이 달로 보이도록 만들었다. 구름이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달은 뚜렷하게 빛이 나는 것이다. 그러니 화법이 동양화에 자리 잡았고 이것은 단순히 그림만 아니라 사상사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나 정치 논쟁이나 외교 협상을 할 때 그 바탕에는 동양의 고전을 예로 들어서 이야기한다.

시를 지어 보이며 상대가 알아차리도록 하거나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거나 역사적인 사례를 들어서 이야기했다.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그 대화의 상대가 안 되었다. 즉 그런 문화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정치에 참여가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었다. 그런 오랜 전통은 아직도 중국에서는 많이 내려오고 있고 지금도 많이 쓰인다. 장쩌민이나 시진핑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많은 예가 등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홍운탁월(烘雲托月)의 기법을 통해 정치 전략과 실행을 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홍운탁월(烘雲托月)의 의미는 예술에도 많이 쓰였다가 특히 시에도 많이 나타나는데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상징적 의미로 표현 함으로써 그 속내는 짐작하게 만든다. 즉 상징성이 바로 홍운탁월(烘雲托月)의 기법인 것이다. 이런 기법의 대표적인 현대시가 김수영의 풀이 아닐까 생각한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모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 목까지
발 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 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이 시는 이 시 자체로 보면 아무런 그저 풀에 대한 시로만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투영된 시대를 보면 다르다. 시인은 풀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민주주의를 이야기했다. 민주주의 자체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오히려 풀을 통해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민중들의 삶을 이야기 한 것이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먼저 일어난다는 구절이 바로 민주주의에 대한 민중들의 열망과 의지를 보여준다. 홍운탁월(烘雲托月)의 방법은 현대에 오면 상징으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즉 그것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상징을 내세우지만, 그 상징을 통해서 짐작하도록 한 것이다. 아마도 이 시를 영어로나 독일어로 번역하여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본다면 아무런 감동을 못 느낄지 모른다. 그들에게는 독재를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독재 속에서 이렇게 전혀 다른 상징으로 노래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을 이해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홍운탁월(烘雲托月)의 예술은 첫 출발은 분명 동양화 즉 한국화일 수는 있다. 이것은 화법상의 문제이고 실제 구체적인 상징의 문제로 보면 바로 현대 시에서 많이 만날 수 있다. 분명 과거의 한시에도 존재했었다. 하지만 현대적 의미에서는 오히려 시가 그 본질적인 의도와 닮았다. 분명히 시에서 지적하는 단어는 분명한 것이라 보이지만 시 속의 그 단어는 다른 상징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홍운탁월(烘雲托月)의 미학이 적용되는 예술은 무대예술에서도 많이 보인다.

한정적인 예술 공간 안에서 상징을 보여 주어야 해서 다양한 상징의 핵심 요소만을 따와서 관객들이 그것을 짐작하도록 만든다. 실제 그런 예술적 효과를 경험한 것이 뮤지컬로 유명한 노트르담 드 파리이다. 이 무대 미술을 보면서 다양한 상징을 경험할 수 있었다. 단순한 무대 장식이지만 그것이 노트르담 교회도 되고 파리의 길거리도 되었다. 즉 관객이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그만큼 상상을 통해서 무대의 배경이나 극 중 상황을 이해하도록 만든 것이다. 예술에서 상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술이 상징을 통해서 표현되면 그것이 정말 홍운탁월(烘雲托月)처럼 상징적 의미를 충분히 짐작하게 만든다면 미학적 완성도도 훨씬 높아진다. 짧지만 그 상징적 의미가 강한 시구로 고운 선생의 시가 어울린다. 

그 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인생의 의미를 잘 들여다보게 만드는 시다. 그 꽃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다. 상징은 미학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작동하는 힘이 있다. 홍운탁월(烘雲托月)의 미학적 기법은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빛을 발휘할 수 있다. 이것은 어쩌면 동양적 예술 사상의 바탕이 되고 정치사상에도 바탕이 된다고 본다. 예술이나 정치 나 관계를 중시하는 삶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 졸업,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 전공 수료, 가치투자 전문 사이트인 아이투자 산업 분석 칼럼 연재(돈 버는 업종분석), 동서대학교 전 겸임교수(신발공학과 신제품 마케팅 전략 담당), 영산대학교 전 겸임교수(신제품 연구소 전담 교수), 부산 정책과제-글로벌 신발 브랜드 M&A 조사 보고서 작성 책임연구원, 2017년 상도록 출판, 2018년 대화 독법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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