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학의 사자성어] 망년망의(忘年忘義)
[미학의 사자성어] 망년망의(忘年忘義)
  • 하영균(상도록 작가)
  • 승인 2020.09.19 0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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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의 제물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그 원문과 해석을 보면 다음과 같다. 

忘年忘義(망년망의) 나이를 잊고 편견를 잊고
振於無竟(진어무경) 무한한 경지에서 노닐면
故寓諸無竟(고우제무경)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것이다. 

망년망의(忘年忘義)의 의미는 시간과 사고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즉 무한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뒷 구절에 나오는 무한 경지에 노닐면 진정한 자유인이란 표현이 바로 그 의미를 뒷받침한다. 이것이 장자(莊子)가 추구한 예술적 관점이다. 유한이 아니라 무한을 추구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목표는 한시적이지 않고 유한하지도 않다. 고대 미학부터 현대 미학에 이루기까지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의 목표는 유한한 것이 아닌 무한이었다. 독일의 미학자 쉘링도 미적 직관이란 유한함 속에서 무한함을 직관하는 것이라도 했다. 즉 영원히 변하지 않는 미적인 것을 추구하는 것이 미학이라고 본 것이다. 

장자(莊子)가 깊이 있게 추구한 예술에 대한 궁극적인 표현은 세 가지 단어로 표현된다. 심(深), 원(遠), 현(玄)이다. 이 세 단어의 뜻은 깊고 멀리 보고 심오하게 그 근원을 파악한다는 의미이다. 즉 유한한 것이 아니라 무한한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사물의 심오함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도(道)’이다. 도는 어디에도 있다. 개똥 속에도 있고 마구간에도 있고 하늘에도 있고 땅에도 있고 가을에도 있고 겨울에도 있다.

도(道)가 도(道)로 있으면 어디든 사라지지 않고 어디든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을 유한한 형태로 보면 도(道)는 사라지고 만다. 즉 유한이 끝나는 지점이 되면 도(道)는 사라지는 것이다. 장자가 말한 망년망의(忘年忘義)는 바로 모든 것의 궁극을 찾아 들어가면 시간도 없고 그 시비도 없는 도(道)의 세계에 도달한다는 의미이다. 

어떻게 하면 무한의 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무한하다는 의미는 수없이 많은 것들이 모여들어 있어 그 끝이 없다는 말이다. 인간이 악기 소리를 내면 하나다. 인간 모두가 모여서 각각의 악기를 연주하면 그것도 무한의 한 부분이다. 자연에서 나는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등 모든 소리를 모아도 그것은 또 무한 속에 포함된다. 자연을 넘어서 온 우주에 퍼지는 소리를 다 모아야 무한한 소리를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개개인의 소리 모두가 모였을 때 그것이 천(天)이 되고 그게 하늘이며 무한이다. 즉 하늘의 소리는 도(道)이고 그 도(道)는 바로 아름다움인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시간도 공간도 개개인의 편견이나 시비가 없는 절대적인 미적 세계를 열어 내는 것이다. 어디 소리뿐이겠는가?

소리 색 냄새 촉감 육감 등등 인간이 인지하는 모든 것에 그 도(道)가 있고 무한이 존재하며 그 무한을 추구하는 미학이 존재한다. 그런 추구하는 궁극에 도달하여 이루는 그 경지를 망년망의(忘年忘義)라고 한 것이다. 시간도 없고 뜻도 없다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로 보면 망년망의(忘年忘義)의 미학을 추구하는 예술은 바로 현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음악은 소리가 없는 것부터 시작하여 가능한 모든 소리를 내는 것까지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이 이미 인식하고 있는 화성과 리듬을 음악이라고 지칭한다면 그것을 넘는 모든 것들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그 바탕이 되는 것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바탕을 붕괴시키지 않으면 즉 기존의 유한한 관념을 깨지 않으면 무한의 세계로 갈 수가 없어 오늘의 현대 음악이 탄생한 것이다. 어찌 보면 현대예술은 너무나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그런데 현대 음악과 들은 청중의 이해를 구하지 않는다. 예술의 본질이 청중의 기쁨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보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 음악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현대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서 대우받기라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대 음악이 가지고 있는 내적 힘은 바로 그 추구하는 미적 개념이다. 즉 다른 의미로 보면 도이다. 절대적인 음악적 미학을 찾아내려고 시도하는 현대 음악가들의 작업은 어쩌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도를 닦는 것과 같다. 세상의 인식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망년망의(忘年忘義)는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 너머 있는 무한의 미적 세계를 의미한다. 

필자소개
서울대학교 농생물학과 졸업,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마케팅 전공 수료, 가치투자 전문 사이트인 아이투자 산업 분석 칼럼 연재(돈 버는 업종분석), 동서대학교 전 겸임교수(신발공학과 신제품 마케팅 전략 담당), 영산대학교 전 겸임교수(신제품 연구소 전담 교수), 부산 정책과제-글로벌 신발 브랜드 M&A 조사 보고서 작성 책임연구원, 2017년 상도록 출판, 2018년 대화 독법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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