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열의 동북아談說-59] 젊은 날의 조 바이든(Joe Biden)
[유주열의 동북아談說-59] 젊은 날의 조 바이든(Joe Biden)
  •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 승인 2021.01.13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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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로 얕은 바다라는 의미가 있는 바하마는 미국 동부에서 가장 가까운 카리브해의 국가로, 콜럼버스가 상륙한 산살바도르섬을 비롯 수많은 산호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섬마다 호텔과 리조트 시설이 개발돼 있는데 허리케인이 접근하는 계절을 제외하고는 일 년 내내 관광객이 끊어지지 않는다. 특히 남아연방 출신의 호텔사업가가 대서양 바닷속에 사라진 전설의 제국 아틀란티스를 이곳에서 재현하고 있다.

1960년대 초 봄방학을 맞이한 미국 동부지역 대학생들은 값싼 야간 항공기를 타고 바하마에 내려와 짧지만 따뜻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델라웨어대학에 재학 중인 조 바이든과 시라큐스대학의 네일리아 헌터도 이 속에 있었다. 운명일까. 동갑내기 두 학생은 우연히 만나 첫눈에 서로 반했다. 가톨릭 보수 집안의 조는 발랄하고 사교성이 많은 네일리아의 청순한 외모와 유려한 화술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조는 3남 1녀의 장남으로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튼에서 태어났다. 조의 외증조부는 이곳의 주상원의원을 역임한 지방유지였다. 석탄과 철광 도시 스크랜튼은 붐타운 공업도시였으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전쟁특수가 사라지고 도시는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사업에 실패한 조의 부모는 일자리를 찾아 남쪽으로 델라웨어강의 하류 도시 윌밍톤으로 이주했다. 윌밍톤은 1800년대 위그노(프랑스 개신교) 출신의 듀폰 가문이 세운 화학산업으로 번창하고 있었다.

윌밍톤에서 중고차 딜러를 하면서 생활에 여유를 가진 조의 부모는 장남을 가톨릭계 사립학교를 거쳐 델라웨어대학에 입학시켰다. 조는 대학의 풋볼(미식축구)팀의 주전선수로 활약하고 학생회 활동에도 적극적이었다.

뉴욕주 북부에는 ‘핑거 레이크’라고 하는 지역이 있다. 대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풍경에 하느님이 축복의 두 손을 편 듯 11개의 빙하호가 손가락처럼 남북으로 뻗어있다. 깨끗한 물과 공기로 관광 산업뿐만 아니라 와인 생산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네일리아는 이곳의 중산층 가정에서 성장했다.

바하마 나소에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학교로 돌아온 후에도 주말이면 뉴욕주와 델라웨어주 중간에 있는 펜실베이니아주 어딘가에서 원정 데이트를 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조에게는 변호사가 적격이라고 생각한 네일리아는 시라큐스대학의 로스쿨 진학을 권유했다. 자신도 석사과정에 진학, 캠퍼스 커플이 돼 데이트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로스쿨에 진학한 다음 해인 1966년 8월 두 사람은 결혼했다. 2년 후 변호사가 된 조는 은사의 추천으로 윌밍톤에서 가장 큰 로펌에 취업한다. 그가 처음 맡은 일은 사고를 당한 용접공이 제소한 회사를 변호하는 일이었다. 자신이 노력할수록 가해자인 회사는 살아나고 장애인이 된 용접공은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게 되는 구조에 자괴감을 느꼈다.

조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로펌을 그만두고 윌밍톤 빈곤 지역의 가난한 흑인 의뢰인을 돕는 등 국선 변호인 일을 했다. 한편 네일리아는 1969년 2월 장남 보를, 다음 해 차남 헌터 그리고 장녀 나오미를 낳으면서 2남 1녀의 연년생 엄마가 됐다.

1972년은 대통령 및 연방의원 선거의 해였다. 공화당의 리차드 닉슨 대통령이 재선에 나섰고 민주당은 사우스다코타주 연방상원의원 조지 맥거번을 내세웠다. 델라웨어주에는 닉슨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현직 보그스 상원의원이 3선에 도전했다. 2차대전의 전쟁영웅이었던 63세의 보그스 의원은 델라웨어주지사도 역임한 공화당의 정치 거물이었다. 완벽한 보그스 의원에 대항해 후보가 되겠다는 사람을 구하지 못한 델라웨어 민주당에서는 만 29세 무명 변호사 조 바이든을 패전처리 투수 격으로 후보로 내세웠다.

조 바이든 측에서는 델라웨어 발전을 위해 젊은 피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워 적극적으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네일리아와 조의 형제들은 유권자에 밀착하는 선거전략으로 ‘유권자 커피타임’을 만들어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나갔다.

선거 결과는 조 바이든의 승리로 조는 미국 상원의원 선거에서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전체투표수의 1.4%(3,162표) 차의 기적이었다.

그해 대통령선거에서는 닉슨 대통령의 압도적 승리였다. 50개주 중 매사추세츠주를 제외한 49개주가 닉슨을 지지했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1974년 8월 사임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공화당의 우세 분위기 속에서도 기적을 이룬 기쁨도 잠시, 그로부터 한 달여 후 조 바이든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12월18일 네일리아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사러 자신의 스테이션 왜건으로 두 아들과 첫 돌이 지난 딸과 함께 집을 나섰다. 시골길을 지나 큰길에 진입하기 위해 교차로에 일시 정차했다. 순간 대형 트레일러가 스테이션 왜건의 허리를 치고 나갔다.

급히 구급차가 와서 가족 모두 병원으로 실려 갔다. 네일리아와 딸 나오미는 도착 즉시 사망이 확인됐고 두 아들은 다중복합골절로 생사를 확신할 수 없는 중상이었다. 연락을 받고 도착한 조는 눈앞에 벌어진 현실을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을 두고 가족 모두가 떠나가 버릴 수 있는 상황에 살고 싶은 용기를 잃었다. 조는 겨우 목숨을 건진 두 아들을 제대로 간호하기 위해서 상원의원 사퇴까지 생각했으나 주변의 간곡한 만류로 아들의 병상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편도 4시간의 기차 통근으로 상원의원을 시작했다.

조 바이든은 이후 6년 임기의 상원의원에 6기 연속 당선돼 2009년 1월 오바마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8년간 부통령직을 이어갈 때까지 36년간을 상원의원 활동을 했다.

지난해 11월3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한 조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을 제치고 제46대 대통령이 됐다. 29세에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50년 만이었다.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유주열(외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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