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고객센터와 통화 시 인내는 필수일까?
[김재동칼럼] 고객센터와 통화 시 인내는 필수일까?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3.07.25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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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살다 보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이 있는데 그중 하나를 뽑는다면, 바로 고객센터를 통한 서비스(customer service)를 받는 일이다. 미국에서는 전화로 고객센터와 의사소통을 한다는 자체가, 참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고객센터로 전화를 하면 처음부터 사람이 직접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곧바로 컴퓨터로 연결되어 사람음성을 흉내 내는 인공지능(AI)이 고객을 응대한다.

인공지능과의 대화로 복잡한 고객 불만 사항을 처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으면 전화통화 중간에 끊게 되는 상황도 발생하게 된다. 어찌어찌 상담원과 직접 연결된 후에도 30분 이상 기다리는 것은 보통 있는 일이다. 그 긴 시간을 기다려 불만 사항을 설명하고 나면, 본인은 담당이 아니니 다른 곳으로 전화를 연결해 주겠다고 한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음악 소리가 흘러나온다. 한참을 기다리게 한 후 다른 사람이 받는다. 그에게 또 처음 했던 소리를 반복해 설명한다. 다 듣고 난 뒤 자기가 아니라며 계속 담당자를 바꿔 돌린다. 그러다 전화가 끊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내심의 한계에 부딪혀 그만둘까 하다가, 오기가 생겨 처음부터 다시 순서를 밟아 상담원과 어렵게 전화 연결을 한다. 그러나 또다시 불만 사항을 처음부터 설명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똑같은 말을 서너 명의 상담원에게 설명하고 나면 정말 인내의 한계를 느낀다. 이런 일을 자주 겪다 보니 나도 이런 식으로 무조건 그들의 조리돌림 같은 상황에 휘말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요즘 고객센터와 통화할 일이 생기면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상담원과 직접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 상담원에게 불만 사항을 설명하다가 아니다 싶으면, 바로 팀장(manager)을 바꾸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상담원의 성명(full name)을 묻는다. 그렇게 하면 예상보다 빨리 일 처리를 해주든지 아니면 매니저를 바꾸어 준다. 상담원과 이야기 하는 것보다 매니저와 직접 상대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COVID-19 이후 미국의 각종 고객상담센터 직원 중 인도계가 급격히 증가했다. 3D(Difficult 어렵고, Dirty 더럽고, Dangerous 위험한) 업종이라 미국인들이 기피 하는 직업군에 속해 어쩔 수 없는 변화인 것 같다. 문제는 그들의 영어를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있다.

얼마 전 한국으로 역이민을 떠나 그곳에서 제3의 인생을 설계하고 있는 지인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그가 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한 마디는, 한국의 고객센터직원들은 얼마나 친절하고 일 처리를 순식간에 해주는지 너무나 좋고, 고맙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일 분 안에 친절한 상담원과 통화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고객센터 직원들의 친절도와 고객을 응대하는 태도는 한국의 고객센터와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라고 소리를 높였다. 특히 모국어인 한국말로 불만 사항을 말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도가 클 뿐만 아니라 그동안 미국에서의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맛보았다고 한다.

미국의 상담센터는 고객 응대 직원의 상당수가 재택근무를 한다. 공사(公私)를 구분하기에 어려움이 많은 본인 집에서 전화를 연결받아 고객을 응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정신이 분산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서 그런지, 불친절하고 용건만 간단히 하라는 듯 짜증 섞인 말투로 냉담하게 고객을 대한다.

물론 모든 상담원이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상담원을 30분 이상 기다리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시스템을 개선해 고객의 불편을 덜어줄 노력은 하지 않는다. 고객은 왕이라는 것도 옛말이 된 것 같다. 그들이 항상 기계적으로 내뱉는 상투적이며, 영혼 없는 말 ‘I am sorry’는 그만 들었으면 한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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