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장기기증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재동칼럼] 장기기증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3.08.14 10: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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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론 조사기관에서, “이 세상에 왔다 가면서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특히 남성들은 그 비중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대부분 비석에 새기는 것 말고는, 이름을 남길 만큼의 업적이나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난다.

오래전부터 내 아내는 장기기증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있었다. 나한테도 장기기증을 권유하며, 그것의 중요성을 설명하곤 했다. 내가 쉽게 마음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을 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죽으면 썩어 흙으로 돌아갈 몸 마지막으로 좋은 일 하고 가는 것도, 큰 기쁨 아니겠냐”는 것이다. 두 살 난 어린아이도 아낌없이 주고 가는데 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2003년으로 기억한다. ‘!느낌표’라는 MBC TV에서 방송되었던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아내는 그 프로그램을 즐겨보았다. 당시 네댓 살 된 여자아이가 주인공이었는데, 건강하게 태어났으나 성장하면서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병을 앓고 있었다. 급기야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실명 위기에 처한 그 아이에게 각막기증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 아이는 기증자의 각막을 이식받은 후 시력을 되찾았다.

그 아이에게 각막을 기증한 사람은 겨우 두 살 난 아이였다. 뇌사상태에 빠져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던, 아이의 부모는 그 애의 죽음을 인정하고, 아이의 각막과 다른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숭고한 어린 천사 기증자로 인해, 그 프로그램의 주인공 아이가 시력을 되찾아 아름다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외 여러 명의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주었다. 그 프로그램을 통해 아내는 장기기증을 결심하게 되었다.

한편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2009년 2월 16일 선종과 동시에 두 사람에게 빛을 선물했다. 각막 기증을 통해서다. 이 일이 알려지자 매년 7만 명 수준이었던 기증 희망자가 그해에는 18만 명으로 급증했다. 그 일로 인해 많은 이의 영혼에 깊은 울림을 주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2023년 현재 7만 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 나는 운전면허증 갱신(drivers license renewal) 서류를 작성했다. 생일이 오기 전에 미리 접수해야 지금 가지고 있는 면허증 만기 전에, 새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5년마다 운전면허를 갱신한다. 생애 첫 운전면허를 발급받거나 갱신할 때 장기기증 여부를 묻는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무사고 무 티켓으로, 운전면허 갱신 시 재시험을 면제받았다. 온라인으로 간단한 개인정보 확인과 건강 의료 관련 질문에 답을 하면 된다. 그 질문서에 장기기증 여부를 묻는 항목이 있다.

나는 자연스럽게 장기기증 여부를 묻는 문항 끝부분 Y자 옆, 네모 칸에 체크 마크를 표시했다. 아내가 권유했던, 장기기증을 한다고 서약한 것이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오늘 운전면허 갱신 서류에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아내는 당신 지금 가지고 있는 운전면허증 좀 보자고 했다.

아내에게 면허증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운전면허증 장기기증자 난에 Y자가 선명하게 박혀 있고, 그 옆에 빨간 하트모양이 그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나는 이미 5년 전에 장기기증을 서약했던 것이었다. 그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운전면허증 갱신 서류에는 5년마다 장기기증 여부를 다시 묻게 되어있었다. 사람들 마음이 바뀔 수도 있기에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보다, 실질적으로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한국이 그렇다. 아직 유교 문화가 무의식 속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에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란 <효경(孝經)> 첫 장의 유명한 구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니, 신체의 일부인 장기를 기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장기기증을 꺼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은 모든 사람이 잠재적인 장기기증 대상자로 장기기증을 거부하는 경우 미리 신고해야 하는 제도인 옵트아웃(opt out)제도를 통해 장기기증을 활성화하고 있다. 또 미국은 기증 동의 의사를 표시해야 기증할 수 있는 옵트인(opt in)제도를 채택하고 있지만, 2020년 기준 미국의 100만 명당 실제 장기기증률은 38명으로 스페인과 함께 세계 최고의 기증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장기기증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제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출처=헬스경향)

기독교의 사랑,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불교의 자비(慈悲), “중생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라” 자비(慈悲, Mercy)는, 기독교, 불교, 힌두교, 이슬람, 유대교 등 거의 모든 종교에서 주요 미덕으로 내세울 만큼, 사랑과 연민을 함께 품고 있는 말이다. 사랑과 자비란 말, 종교적 의미를 떠나서 사회적 의미로 재해석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제 장기기증의 숭고함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고, 이 순간에도 장기기증자를 애타게 기다리다 죽어가는 우리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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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환 2023-08-16 07:50:05
아무나 할수 없는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 일에
건강한 부부가 함께 동참 하였다니
가정에 축복 받을 일을 하셨습니다.
진실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두분의 축복된 가정에
항상 건강과 기쁨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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