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칼럼] 미국에는 문턱이 없다
[김재동칼럼] 미국에는 문턱이 없다
  • 김재동(재미칼럼니스트)
  • 승인 2023.11.06 09: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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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건물에는 문턱이 없다.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라면 어디에도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업지역, 공공기관, 학교, 가정집에도 문턱을 만들면 안 된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합의인 것이다. 화장실은 어떤가,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변기에 쉽고 안전하게 앉을 수 있도록, 벽에 긴 손잡이(bathroom safety grab bar)를 설치해야 한다. 변기도 비장애인의 것보다 높다. 휠체어(Wheelchair) 높이를 고려한 것이다. 그리고 휠체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다중이 이용하는 건물에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와 자동 개폐 출입문을 설치하지 않으면, 건축허가를 얻을 수 없다.

길거리에 나가면 미국이란 사회가 얼마나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치한 특별한 보도블록과 보행자 신호등이 바뀌었음을 알리는 알람 장치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의 휠체어나 전동휠체어가 어려움 없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곳곳에 턱이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시내버스에는 장애인 휠체어를 들어 올릴 수 있는 차량 승강장치가 반드시 설치되어야 한다. 택시 또한 장애인을 거부하는 일이 없다. 오히려 장애인을 좌석에 앉을 수 있게 돕고, 휠체어는 접어서 트렁크에 싣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시내 곳곳에 육교를 건널 수 없는 장애인 전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있다.

고급호텔은 물론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도 휠체어를 막아서지 않는다. 특히 공항에서 그렇다. 탑승 수속과 공항검색대에서는 우선 통과를 의무화하고 있다. 비행기 탑승 시 착석까지 최우선으로 배려한다. 함께 살아가는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은 비장애인이지만, 불의의 사고나 노화로 인해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매일 일어나는 각종 교통사고와 안전사고, 자연재해와 산업재해(産業災害)에 노출되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 종종 주어진다. 백내장 수술을 한 후, 다리나 팔이 부러지거나 노인들이 넘어져 골반 뼈가 부러졌을 때, 우리는 단기 장애를 경험할 수 있다. 처음 외국에 나갔을 때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 또한 언어장애인 것이다.

미국에서는 휠체어를 탓 다는 이유로 가지 말아야 할 곳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없다. 그것은 미국에서 보장하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인 것이다. 한국에서 온 어떤 휠체어를 탄 장애인 유학생은, 미국에서는 어디를 가도 자기가 환대받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것이 미국이다.

내 대학 후배 중에 윤석언이란 사람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부모님과 이민을 온 1.5세였다. 그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에 입학해 촉망받던 재원이었다. 3학년 때인 1991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당시 그는 스물세 살이었다. 사고현장에서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된 이후, 30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는 척추를 다쳐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미국의 장애인 복지정책 덕분에 일반 가정에서 할 수 없는, 모든 서비스와 혜택을 받으며 요양병원 생활을 했다.

이후 그는 내가 다니던 경희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1년 후배로 입학했다. 입에 스틱을 물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 리포트를 쓰고, 시를 써 과제물을 제출했다. 얼마나 열심히 했던지 장학금을 받으며 4년을 이겨냈다. 그리고 재학 중 시인으로 당당히 등단해 문학상도 여러 번 받았다.

그의 끝없는 학구열과 신앙심은 그를 신학대학원으로 이끌었다. 2020년 목사 안수를 기다리던 중 갑작스러운 병세 악화로, 30년 동안의 요양병원 생활을 마감하고 집에 돌아와 2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가 한국에서 그런 큰 사고를 당했다고 가정해 보았다. 과연 한국의 장애인 복지혜택으로 요양병원에서 30년을 경제적 부담 없이 살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이처럼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그들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 할, 미래의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국가 정책도 그렇거니와 대한민국 시민 하나하나가 장애인을 대하는 데 있어, 선진 시민의식을 발휘해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필자소개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 거주
작가, 한국문학평론과 수필과비평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와 수필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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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걸부 2023-11-16 13:41:54
글을 읽으면서 얼마전 한국에서의 장애인 단체가 이동권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했다는 언론 보도를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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