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계송칼럼] 트럼프 탄핵 이후 미국
[이계송칼럼] 트럼프 탄핵 이후 미국
  • 이계송(재미수필가)
  • 승인 2021.01.15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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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소추 결의안이 지난 1월13일(현지 시간) 미 하원에서 ‘내란 선동 혐의’로 민주당 의원 전원 그리고 10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가세, 232:197로 통과됐다. 이는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검찰 역할이 부여된 하원이 범죄혐의를 확정한 기소에 해당한다. 최종 탄핵 재판의 결과는 배심원단(Jury) 역할이 주어진 상원 2/3에 달려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하원의 탄핵 가결을 “가장 초당적 탄핵”이라고 평가했다. 탄핵 투표 과정에서 역사상 처음 가장 많은 10명의 반대파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백악관 인턴 르윈스키와 벌인 클린턴 대통령의 애정행각 사건, 닉슨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도, 1960년 앤드루 존슨 대통령 탄핵 때도, 모두 좌파 대통령의 비행을 비호했던 정략적 행태와 비교했다. 닉슨 탄핵 때는 비교적 훌륭한 평가를 받았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닉슨을 옹호했던 사실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그동안 트럼프 탄핵에 대한 미국의 정치/언론계의 대체적인 여론은 무리수라는 것이다. 정략적 투표가 뻔한 일을 가지고 부작용만 생길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런데 왜 민주당은 이를 밀어붙인 것인가? 최종 목표는 트럼프의 차기 2024 대선 출마를 사전에 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포스트지는 이에 대한 법률적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1월20일 이후 상원을 장악한 민주당이 적절한 타임을 이용해 하원의 탄핵결의안을 상원에 내놓게 될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상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 이어진 투표로 대통령직 퇴임 이후의 연금 및 기타 다양한 혜택을 비롯한 공직 출마 자격 문제에 대한 투표가 가능하며, 이 경우는 상원 단순 과반만으로도 트럼프의 공직 출마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조치는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권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를 당에서 몰아낼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하는 많은 공화당원에게도 호소력이 있다”면서 특히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널 의원이 이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전한다.

워싱턴포스트지는 또한 남북전쟁 후 제정된 미 헌법수정조항 14조(3항)를 예로 들어 트럼프의 차기 공직 출마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조항은 국가에 대한 반란, 폭동에 참여했거나 지지·후원한 자는 차기 공직을 금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항은 트럼프를 공직에서 끌어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탄핵 결정에 필요한 2/3 다수 의결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지난 선거로 상하원을 장악하게 된 민주당은 이번 탄핵 발의를 시작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차기 트럼프 대선 출마를 막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시대가 끝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가 미국정치의 혼란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CNN은 국가안보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지지자들이 이념으로 뭉쳐, 더 큰 무장공격을 벌일 수도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현재의 공화당의 모습은 똥 싸고 뭉개는 것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둥대는 꼴이다. 워싱턴 의회 난동사태 이후 대내외적으로 대망신을 산 데 이어, 조금만 잘못하면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의 무지한 극성 때문에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기서 누가 주도권을 잡는가 따라 공화당 미래가 달려 있다. 현재는 좋은 뜻을 가진 전통 보수주의자들이 수세에 몰려있어 보인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지지 방향에 따라 이들이 재부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사회에서 시장과 정치는 통하는 면이 있다. 시장에서 돈을 갖는 구매자가 힘을 갖는 것처럼, 민주사회에서도 표를 가진 사람이 표로 원하는 정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여기서 우리는 특히 경제계의 힘을 간과할 수 없다는 걸 또한 알 수 있다. 미국 민주주의가 돈을 지불하고 정치를 구입하는 시스템으로서 그동안 작동해 왔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예로 지난주 의회에서 바이든 당선 인준 반대표를 던졌던 의원들에게 정·재계 일부 그룹에서 정치자금을 끊겠다는 선언이 나왔다. 트럼프의 적극적 재정후원자였던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슨의 사망 소식에 환호하는 소리도 들렸다. 치사한 정치인들에게는 돈줄을 끊겠다는 대기업이나 부자들이 앞으로 계속해서 줄줄이 나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만 되면, 자연스럽게 공화당도 물갈이가 될지 모른다. 물론 정치권 로비가 필요한 그들에게도 한계가 있는 것도 또한 엄연한 현실이라 하겠다.

두 번째,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또 하나의 골칫거리는 트럼프를 지지하며 선거조작 음모론을 믿는 수많은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들과의 관계다. 공화당 내에는 이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파워를 쌓아온 유명 정치인들이 트럼프 외에도 꽤 있기 때문이다.

<The Power Worshippers: Inside the Dangerous Rise of Religious Nationalism>의 저자, Katherine Stewart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왜 그렇게 많은 공화당원이 진실과 민주주의 둘 모두와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가?”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칼럼에서 미주리 상원의원, Josh Hawley를 예로 든다. 워싱턴 의사당 난동사태가 일어나던 날, 광장에서 불끈 쥔 주먹을 공중에 날리며, 선동한 Hawley의 모습을 상기시키면서, 그의 삐뚤어진 정치적 신념을 비판한다. 동 칼럼이 밝힌 Hawley의 기독교 근본주의, 성경적 세계관과 정치적 신념은 이렇다. “모든 세속의 병리 현상을 개선하고 대처하는 것이 오늘의 정치적 도전이며, 하느님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이 세상을 그리스도교 신앙으로 바꾸어야 하고, 그리스도의 주권, 그리고 그 메시지를 공공 영역으로 가져와서, 모든 나라로부터 복종은 물론, 이 나라의 복종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와 예일대 법대 출신이며 대법관 존 로버트 사무소 클럭 이력을 가진 미국 톱엘리트 Hawley 같은 사람이 이런 중세시대의 종교이론을 가지고 혹세무민하고 있다고 필자는 비판하면서, 그는 공화당의 병증의 하나지, 원인이 아니라고 덧붙인다. Hawley나 트럼프 모두 미국의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온 기독교 근본 세력의 산물이라며, “우리가 이런 세력들과 그들이 이끄는 근본적 병리들을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또 다른 새롭고, 더 성공적인 Hawley 버전과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다행히 공화당 내에는 롬니와 같은 뼈대 있는 고전적 보수 정치인이 아직 건재하고 있고,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면서도 또한 당의 진로도 챙기는 유연한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널의 활약도 기대된다. 또한 취임 후 바이든 대통령의 화합의 리더십이 발휘되리라 기대한다. 건전한 전통 보수자들을 살려, 공화당이 재기하도록 지원하는 일 또한 대통령의 임무의 하나라는 걸 그가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40년, 의회에서 잔뼈가 굵은 바이든이야말로 양당정치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화당은 당분간 혼란 속에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트럼프를 출당시키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현재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현재로서는 공화당이 숨통을 좀 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 트럼프의 정계 축출 후 그의 열렬한 신봉자들은 어떻게 될까? 현실적 이해관계 따라 각자 자기 살길들을 찾아 흩어지겠지만, 트럼프이즘의 뿌리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그들은 미국이 백인의 나라이며, 이번 선거에서 백인 다수가 지지한 트럼프가 정통 대통령 당선자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가장 큰 도전은 트럼프가 떠난 이후에도 인종주의가 여전히 기성을 부릴 것이고, 더욱 악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이 겪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는 바로 여기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민주주의 홍역을 앓고 있는 미국 사회가 회생하는 유일한 길은 트럼프의 인종주의를 넘어서는 일이다. 하지만 그 인종주의는 뿌리가 깊다. 백인우월주의자, 인종주의자들의 생각이 바뀌기 전에는 그 해결방법이 요원한 이유다. 하지만 이번 조지아주에서 해결방법의 하나를 엿볼 수 있었다. 인종주의자들의 눈에는 국민으로 비치지 않았던 흑인들이 단결, 역사에 없었던 극적인 결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흑인들도 주권을 가진 국민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미국 내 소수계 인종 모두가 힘을 합쳐, 이를 더욱 살리고 신장, 강화해 간다면 백인우월주의도 변화를 겪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미국이 세계화를 리드하고, 또한 늘어나는 이민자들과 함께 점점 다인종 사회로 나아가면서, 낙오될 수밖에 없었던 많은 백인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도 함께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누구나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 인종주의와 먼저 싸울 필요가 있다. 특히 재미 한인들에게 얘기하고 싶다. 아마도 우리는 일본 다음가는 ‘자기민족중심(ethnocentric)’적인 성향을 지닌 민족이 아닌지 생각해 보기 바란다. 또한 이를 창피하게 생각해야 한다.

곁가지이지만, 여기서 우리 재미 한인들의 역할 또한 기대해 본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나, 이번 미국 대선과 상원 선거 결과를 보라. 조지아에 거주하는 한인 유권자 숫자만큼 민주당이 이겼다. 우리 한인들이 흑인들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력을 더욱 키워나간다면, 비록 우리가 소수민족 중에서도 소수이지만 ‘스윙보터’로서 미국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든지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이계송/재미수필가, 전 세인트루이스한인회장
광주일고, 고려대정치외교학과졸업
저서: <꽃씨 뿌리는 마음으로>(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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