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조의 맛과 멋㊼] ‘삼동에 베옷 입고’와 ‘옷이 자랐다’
[우리 시조의 맛과 멋㊼] ‘삼동에 베옷 입고’와 ‘옷이 자랐다’
  • 유준호 한국시조협회 자문위원
  • 승인 2023.11.24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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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조의 맛과 멋을 소개하고 창작을 북돋우기 위해 연재물로 소개한다. 고시조와 현대시조 각기 한편씩이다. 한국시조협회 협찬이다.[편집자주]

* 고시조

삼동에 베옷 입고
- 조식
 
삼동(三冬)에 베옷 입고 암혈(巖穴)에 눈비 맞아 
구름낀 볕뉘도 쬔 적이 없건마는
서산(西山)에 해지다 하니 눈물겨워 하노라 


조식(曺植, 1501~1572): 명종(明宗) 때의 학자로 호는 남명(南溟)이다, 세상을 등진 신세이니, 추운 겨울철에도 베옷으로 겨우 몸만 가리고 바위틈에서 눈비를 맞으며 살아가노라니, 훤한 햇볕은 고사하고 구름이 낀 얼마간의 햇발도 쬐어 본 적이라곤 없다. 그래도 그 해가 이제 서산을 넘어가니 어쩐지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구나! 하는 시조로 중종의 승하 소식을 듣고 연군의 정을 노래한 것이다. 초장은 청빈한 자기의 생활을, 중장은 벼슬을 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종장은 백성으로 임금의 승하 소식을 들으니 슬픔을 못 참겠다는 것이다. 이 시조에는 당쟁의 혼탁 속에서 그 재물이 된 중종의 비극, 또는 그러한 비극을 조작하는 무리들에 대한 반감도 깔려있다. 

* 현대시조

옷이 자랐다
- 최순향
             
구순의 오라버니 옷이 자꾸 자랐다. 
기장도 길어지고 품도 점점 헐렁하고
마침내 옷 속에 숨으셨다. 살구꽃이 곱던 날에

최순향(崔順香, 1946~)은 1997년 <시조생활>로 등단한 시인이다. 이 시조는 사실은 옷이 자라는 게 아니라 체구가 줄어드는 것인데 이 현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초장 ‘옷이 자꾸 자랐다’ 중장 ‘품도 점점 헐렁하고’ 종장 ‘옷 속에 숨으셨다’는 체구가 점점 줄어듦을 시각적 이미지로 그려내 우리에게 노화 과정을 맛보는 슬픔을 전해주고 있다. 나이가 들고 늙어감에 따라 체구가 움츠려 들고 이에 따라 옷은 헐렁하게 되니 이를 옷이 자라고 체구는 가만히 있는 것으로 표현해 보이는 작품이다. 결국 그렇게 변해가더니 구순의 오라버니는 살구꽃 곱게 피던 날 살구꽃을 멀리하고 이승을 하직한 듯하다. 낯설기 기법을 사용한 잘 짜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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