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문화재단 재능기부단의 유럽나들이-4] ‘동족상잔’ 막은 로텐부르크 시장의 지혜로운 ‘원샷’
[종이문화재단 재능기부단의 유럽나들이-4] ‘동족상잔’ 막은 로텐부르크 시장의 지혜로운 ‘원샷’
  • 뮌헨=이종환 기자
  • 승인 2018.11.2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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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팅커스뵐-로텐부르크로··· 로맨틱가도 연변의 도시들

아침 8시 반, ‘종이문화재단 재능기부단’은 뮌헨 시내 탐방에 나섰다. 당초 뮌헨과 아우크스부르크, 로텐부르크를 둘러보는 여정이었으나, 아우크스부르크는 생략하기로 했다. 좀 더 시간을 갖고 뮌헨을 둘러보자는 의견 때문이었다.

뮌헨은 베를린 함부르크에 이어 독일 제3의 도시다. BMW(자동차), 지멘스(전자), MAN(상용차), 오스람(전기), 로데&슈바어츠(전기), 린데(가스), 알리안츠(보험) 등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다.

뮌헨은 축구도 강하다. 뮌헨을 근거지로 한 바이에른-뮌헨팀은 분데스리가 4연패를 자랑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맥주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도 이 도시다.

맨 먼저 찾은 곳은 시내 중심의 마리엔광장이었다. 커다란 교회를 연상시키는 시청사 앞으로는 아침 일찍이어서 미처 문을 열지 않은 키오스크들이 줄지어 있었다. 서양인 여행객 한 무리가 미리 와서 사진을 찍고 있는 가운데, 뒤이어 일본인 여행객 한 팀이 광장을 찾아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관광객 이 끊임없이 밀려들었다.

시청사 왼쪽으로는 성모 마리아교회인 프라우헨키르헤가 두 개가 높은 탑에 둥근 빵모자를 쓴 듯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뮌헨은 독일을 상징하는 4가지를 다 갖추고 있는 도시입니다. 자동차 축구 맥주 소시지입니다.” 가이드가 이렇게 소개하며, 유명한 ‘호프브로이하우스’로 안내했다. 한꺼번에 6천명이 들어갈 수 있는 단일 맥주집으로는 세계 최대의 규모라고 한다.

호프브로이하우스에는 오전 10시인데도 이미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단체 손님도 보이고, 혼자서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뮌헨에서는 매년 9월말에서 10월초의 2주간 ‘옥토버페스트’라는 맥주축제를 벌인다. 이 행사기간 세계 각지에서 이 축제를 찾는 사람이 100만명을 넘는다. 우리는 호프브로이하우스 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다음 행선지인 로텐부르크로 향했다.

로텐부르크로 가는 가도 주변으로는 아름다운 전원풍경이 펼쳐졌다. 넓은 초지도 있고, 경작을 하는 곳도 있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일행은 프라이부르크에서 열린 ‘2018 국제종이접기 교수법 컨퍼런스’에서 느낀 점들을 각자가 소개하는 시간도 가졌다.

“로맨틱가도를 달리고 있어요. 로마로 가는 길, 로맨틱한 길이라는 뜻을 갖고 있어요.”

남부 퓌센에서 뮌헨을 거쳐, 로텐부르크, 뷔르츠부르크로 이어지는 350km의 국도라고 가이드가 소개를 했다. 기념품점들에는 로맨틱가도를 소개하는 가이드북도 비치돼 있었다. 독일어는 물론 영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일본어, 중국어 본까지 나온 이 책은 로맨틱가도가 통과하는 도시들을 소개한 책이었다.

점심은 로맨틱가도가 통과하는 팅커스뵐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중식 뷔페로 들었다. 주인은 베트남인으로, 중국인 주방장을 초빙해 경영하고 있다고 했다.

팅커스빌은 도시를 둘러싼 성곽을 가진 소도시였다. 시내 주요 도로바닥을 아스팔트나 시멘트가 아닌, 돌 조각으로 깔아 전통의 모습을 지키고 있었다. 점심 후 시내를 거닐며 교회 앞에서 사진을 찍고는 로텐부르크로 향했다.

팅커스빌이 작은 성곽의 도시라면, 로텐부르크는 더 큰 성곽을 가진 도시였다. 과거 성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걸어서 외성을 지나 내성으로 접어들었다. 외성의 가도는 널찍했으나 내성으로 들어서자 길이 좁아졌다. 마차나 넉넉히 지날 정도라고 할까? 길 양측으로는 관광 상품점과 레스트랑, 작은 호텔들이 줄지어 있었다.

시청사는 로텐베르크 중앙에 있었다.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시청사 앞에는 광장이 있고, 옆으로 교회가 자리잡고 있었다.

로텐부르크는 17세기 독일을 휩쓴 신구교도간의 30년 전쟁 때 몰살의 위기를 겪었다. 이 도시를 점령한 구교도의 틸리 장군이 도시 내의 신교도를 모두 죽이라고 명령했을 때 로텐부르크의 누슈 시장이 지혜를 짜냈다. 연회를 베풀고, 흥이 올랐을 때 틸리 장군한테 자비를 베풀 것을 요청한 것이다.

틸리 장군은 3.25리터 들이 와인통을 가리키며, ‘원샷’으로 그 통을 비우면 청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시장은 기꺼이 잔을 비웠고, 그 덕분에 신교도들은 살아남았다. 잔을 비운 시장은 3일만에야 깨어났다고 전해지고 있다. 지금도 로텐부르크에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형극이 공연돼 신교도 시민을 살린 시장의 지혜를 기리고 있다고 한다.

당시 독일은 신구교도간의 30년 전쟁으로 인구가 급감했다. 엎친 데 덥친 격으로 흑사병까지 나돌아 인구가 무려 3분의 1이 줄었다. 종교나 이념이 뭐 길래 이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을 자행했을까?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텐부르크 시청사 뒤에 있는 성야곱교회도 관광객들이 꼭 찾는 곳이다. 교회 앞의 성지순례자 동상 앞에서 사진을 찍고는 ‘상인을 길’을 찾아 성 밖으로 나갔다. 성 밖의 탁 트인 조망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사진을 찍었다.

다시 성안으로 들어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크리스마스용품점과 테디 베어 곰 인형집을 차례로 둘러보고는 저녁식사가 준비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저녁메뉴는 익힌 양배추로 감싼 소시지였다. 우리식으로 하자면 ‘소시지양배추보쌈’이라고 할까?

이날 저녁에는 독일 흑맥주 ‘둔켈’도 함께 나왔다. 마침 휴대폰을 잃어버릴 뻔했던 일행 두 사람이 생맥주를 한 턱 냈던 것이다. 이날 우리 일행은 ‘잃지 말자’는 건배사 선창을 따라 외치며, 로텐부르크의 밤을 즐겼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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